요즘 인천 옹진군 굴업도(덕적도에 딸린 섬)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을 놓고 주민들 간에 찬성과 반대가 갈려 난리를 쳤던(결국은 무산됐지만) 때 이후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패킹 때문이다.

백패킹은 '등에 짊어지고 나른다(bacpacking)'는 사전적 의미 대로 1박 이상의 야영에 필요한 장비를 짊어지고 혼자서 산과 들, 바다를 마음 내키는 대로 떠돌아다니는 여행을 가리킨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물품을 갖춘 배낭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여유를 만끽할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적다는 것이 매력이다. 백패킹을 시작한 백패커(backpacker)들은 "이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라고 입을 모은다.

유행은 패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캠핑에도 있다. 10여년 동안 우리의 캠핑 문화는 변화를 거듭했다.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혼족' 문화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캠핑 풍경도 바뀌고 있다. 혼밥·혼술·혼영(혼자 영화 보기) 등 '나홀로'는 무리에서 탈피해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만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 본질이다. 집단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작용한다.

혼족 문화가 시대의 한 흐름이 되면서 홀로 떠나는 '솔캠'(솔로 캠핑)이 유행했고 동시에 캠핑 짐도 가벼워졌다. 캠핑족들은 짐을 더 최소화시킨 '미니멀 캠핑'으로 눈을 돌렸고, 특히 일부 마니아를 중심으로만 행해졌던 '백패킹'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백패킹은 솔캠에 미니멀 캠핑이 더해진 개념으로, 일종의 '혼놀'(혼자 놀기, 여가 즐기기)이다.

백패킹에는 정해진 루트가 없기에 나만의 길을 만들며 여행할 수 있지만 그래도 입소문을 탄 명소가 있다. 바로 굴업도 개머리언덕이다. 굴업도 남쪽 끝에 위치한 이곳은 백패커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다. 백패킹 '3대 성지'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개머리언덕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크령(여러해살이풀)으로 둘러싸인 능선을 따라 트레킹해야 한다. 걷다보면 사방은 바다가 탁 트인 비경이며, 도착하면 백패커들이 구축해 놓은 텐트촌이 눈에 들어온다. 개성이 가득한 텐트들을 보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라고 한다.

성찰까지는 아니더라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을 때, 탁기 없는 밤하늘의 별빛이 문득 그리워졌을 때, 살아내야 하는 삶 속에서 찔러오는 번민과 집착, 망상을 내동댕이치고 싶을 때 찾으면 제격이다. 요즘과 같이 신종 바이러스로 문을 잠근 곳이 많아 갈 곳이 마땅찮은 수상한 시절에도 괜찮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