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신규 확진자 2천명대 유지…일본 등 해외 확산세 지속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 놓고 논란…'시진핑 책임론' 불거지기도
우한서 일가족 4명 병상 못 구해 숨지는 비극적 사건도

중국에서 맹위를 떨쳐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아직 각각 2천여명과 100여명 수준을 유지하는 등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민심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해명에 나서고 당국이 춘제(春節·중국의 설) 이후 대규모 이동 통제를 강화하는 등 사태 수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연기될 것으로 보이는 등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최초 감염 경로를 놓고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홍콩 언론은 시 주석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심각한 오판이 있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발병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는 일가족 4명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도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잇따라 숨지는 비극도 일어났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주춤…사흘째 2천명 선 유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6일 하루 동안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2천48명 늘었으며 사망자는 105명 증가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16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7만548명이며 사망자는 1천770명이다.

중국 전역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 13일 5천90명을 기록한 이래 16일까지 사흘째 2천명 선을 유지했다.

발병지 우한이 있는 후베이(湖北)성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13일째 신규 확진자가 줄었다. 지난 3일 89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15일 166명, 16일 115명으로 이틀째 100명대를 기록했다.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는 1천933명, 사망자는 100명 증가했다. 이틀째 확진자 증가 수치가 2천명 미만이었다.

이 지역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5만8천182명과 1천696명이었다.

중국 전체로 보면 코로나19 의심 환자는 7천264명이다.

지금까지 완치 후 퇴원자는 1만844명이다. 현재 치료를 받는 총 확진자는 5만7천934명이며 이 가운데 중증 환자는 1만644명이다.

중국 본토 밖 중화권의 누적 확진자는 90명이다.

홍콩에서 60명(사망 1명), 마카오에서 10명, 대만에서 20명(사망 1명)의 확진자가 각각 나왔다.

텅쉰(騰迅·텐센트) 등의 집계에 따르면 해외 누적 확진자는 797명, 사망 3명(일본 1명·프랑스 1명·필리핀 1명)이다.

국가별로는 일본 520명, 싱가포르 72명, 태국 34명, 한국 29명, 말레이시아 22명, 독일·베트남 16명, 미국·호주 15명, 프랑스 12명, 영국·아랍에미리트 9명, 캐나다 8명, 필리핀·인도·이탈리아 3명, 러시아·스페인 2명, 네팔·스리랑카·핀란드·캄보디아·스웨덴·벨기에 1명 등이다.
 

◇'양회' 수십년 만에 연기될 듯…'바이러스 연구소 유출' 논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매년 3월 초 열리는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는 수십 년 만에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오는 24일 상무위원회에서 제13기 전인대 제3차 회의 연기 결정 초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전인대 회의는 애초 다음달 5일 개막할 예정이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인 1978년부터 매년 양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양회 연기는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당시에도 양회는 3월에 열렸었다.

코로나19의 최초 감염 경로를 놓고 중국 안팎에서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면서 그 파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날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武漢) 바이러스연구소는 성명을 내고 "황옌링(黃燕玲)이 '0번 환자'라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는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근무하던 황옌링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0번 환자'이며, 이를 화장하던 장례업체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이후 확산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중국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발원지가 우한의 화난(華南)수산시장이며, 박쥐 등에서 발원한 바이러스가 수산시장에서 팔린 야생동물을 매개로 사람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최초 감염자와 전염 경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내놓지 않으면서 코로나19의 최초 감염자에 대한 온갖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2003년 대유행으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냈던 사스 바이러스도 중국 연구소에서 유출된 전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04년 중국 내 한 연구소에서 사스 바이러스가 유출돼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감염됐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5명의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CCDCP) 고위 간부가 처벌을 받았다.
 

◇우한서 일가족 4명 숨지는 비극…'시진핑 책임론' 목소리 커져

우한에서는 일가족 4명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도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잇따라 숨진 비극이 일어났다.

중국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후베이영화제작소 샹인샹(像音像) 간부이자 영화감독인 창카이(常凱)와 병원 교수인 그의 부모, 누나 등 4명이 코로나19로 잇따라 숨졌다. 창카이의 부인도 코로나19에 걸려 중환자실에 있다.

창카이는 유서에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애걸했지만, 병상을 구할 수 없었고 병은 치료 시기를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극적 사건이 잇따르면서 초기 대응에서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시 주석이 주재한 중국 공산당 최고 회의인 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시 주석이 "예방 조치에 주의를 기울이되 이로 인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불러 다가오는 춘제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처럼 춘제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시 주석의 지시가 이후 후베이성과 우한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불렀다는 것이 명보의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