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많은데도 … 몰라서 위기극복 못해"
38년 경험 살려 '고민 상담·맞춤컨설팅'


박홍순(63·사진)씨는 부천지역 곳곳의 전통시장, 골목상권을 누비고 있다. 소상공인 점포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금융권에서 38년을 일한 전문성을 살려 소상공인의 고민을 해결하고 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에 소상공인을 위한 제도가 많지만, 그런 제도가 있는지 몰라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많다"며 "이들은 뉴스 볼 시간이 없이 온종일 일만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하고 있는 '신중년 경력 활용 소상공인 금융주치의 사업'에 참여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금융권 퇴직자가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주치의로 활동하는 내용으로, 소상공인의 금융 컨설팅을 지원하는 동시에 신중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이다. 현재 도내 3개 권역에서 53명의 소상공인 금융주치의가 활동하고 있고, 박씨는 부천을 중심으로 하는 중서부 권역 금융주치의 중 한 명이다.

그는 "퇴직 이후 일을 더 하고 싶어 일자리재단을 찾아갔는데, 마침 소상공인 금융주치의를 모집했다"며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신청을 했다. 아프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을 잘 관리하듯, 금융 진단을 통해 소상공인이 개인 사업을 탄탄히 이어가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박씨가 처음 컨설팅한 소상공인 점포는 문을 연 지 1년 된 김밥 전문점이었다. 젊은 여성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더 적극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자금이나 신용 관리 등 금융 컨설팅은 물론 점포의 입지 조건을 분석하고 메뉴와 배달 서비스 활용에 관한 것까지 분석해 도움을 줬다.

특히 그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금융 컨설팅을 하지만, 소상공인이 잘 이해하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한다.

박씨는 "소상공인이 금융 컨설팅을 신청하면 관련 시스템에 들어가서 상권 분석 등 데이터를 작성해 전달하고 자금이 필요한 분에게는 맞춤형 금융 컨설팅을 한다"며 "자금 여유가 있는 분에게는 세금과 증여세 부분, 여유가 없는 분에게는 캐피탈 대환 대출 방법 등을 안내한다. 안타까운 게 여유가 없는 분들이 2금융권이 아니라 캐피탈을 이용해 신용회복이 더디다는 점이다. 다 정보가 부족하고,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거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 사업을 모르는 소상공인이 많아 오해를 받기도 했다. 무료로 컨설팅을 도와준다고 했지만 이들은 상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박씨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같은 곳에서 연이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그전에는 아무도 자기를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관심과 도움을 받고 있다. 희망이 보인다'는 한 소상공인의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진심이 통하면서 소상공인의 이해와 참여가 크게 높아졌다. 소상공인 금융주치의 일에 대한 만족도 또한 사업 시작 때보다 한층 높아졌다.

박씨는 "평소 돈이 됐던, 공부가 됐던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죽을 때 돈은 물려줄 수 있지만 지식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최대한 지식을 나눠주려고 했다"며 "힘들고 어려운 소상공인이 자리 잡을 때까지 늘 곁에서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