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인 앤 글로리'
스페인 감독 자전적 작품
고통-영광의 순간 회상형
▲ 영화 '페인 앤 글로리' 스틸 컷 /사진제공=영화공간주안


"영화를 못 찍는다면 내 인생은 의미가 없어."

영화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는 스페인 영화계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작품이다. 한없이 투명하고 섬세한 눈동자를 지닌 어린 시절부터 나이 들어 우수의 눈빛으로 변하는 동안 겪은 엄마와의 기억, 유명 감독으로 쌓은 명성, 강렬한 첫사랑과 쓰라린 이별, 다시 찾아온 영화에 대한 욕망 등 고통과 영광의 순간을 시공간을 교차하며 회상하는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살바도르는 수많은 걸작을 연출한 영화감독이지만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작품활동을 접은 상태다. 어느 날 32년 전에 만든 영화 '맛'을 다시 보고, 연락을 끊고 살던 '맛'의 주역 알베르토를 찾아 어색한 조우를 한다.

살바도르는 그동안 알베르토의 '헤로인 중독' 때문에 그의 연기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약물 중독을 죄악시했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본 알베르토가 '연기에 도움이 될 정도로만, 자아의 혼란을 불러오지 않을 정도로만' 헤로인을 컨트롤 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를 '중독'이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알베르토의 도움을 받아 헤로인을 흡입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살바도르는 엄마와 생활한 동굴집, 기차역 노숙, 신학교 진학을 놓고 벌이는 갈등과 함께 자신이 글을 가르쳐주던 청년 에두아르도의 눈부신 나신을 문득 바라본 어느 여름날,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한다.

살바도르의 성 정체성은 혼자만 묻어두려 했던 '중독'의 이야기를 알베르토에게 넘겨 연극 무대에 올리게 되고, 아르헨티나에서 살고 있는 젊은 날의 동성 파트너였던 페데리코가 우연히 연극을 보고 살바도르를 찾아와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헤어졌던 시절 이야기를 나눈 살바도르는 페데리코와 강렬한 키스 후 완벽한 이별과 헤로인을 버리는 것으로 과거의 고통을 극복한다.

특히 작품을 함께 해온 여배우 메르세데스의 도움을 받으며 포기했던 목의 종양 제거 수술에 동의하고 우울증 치료에 나선다. 또 방치됐던 엄마의 방에 메르세데스를 처음으로 들여 '마을로 돌아가고 싶다'던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던 이야기를 고백하고, 과거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일깨워준 에두아르도의 그림 한 장과 그림 뒷면에 쓰인 편지가 불러온 추억도 나눈다. 새로운 영감을 얻어 다시 만들기 시작한 영화 '첫 번째 열망'의 한 장면으로 엄마와 함께한 기차역의 노숙 장면을 찍는 것으로 희망을 찾게 된다.

영화 '페인 앤 글로리'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과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을 벌였고 '스페인의 오스카'라 불리는 고야상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했다.

영화의 상영 일정은 영화공간주안 홈페이지(www.cinespacejua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032-427-6777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