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택배 왔습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주문한 상품을 집이나 사무실로 배달 받는 것이 우리 일상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고 있다. 스마트폰에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 앱 몇 개가 깔려있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으며 작년 거래 규모는 무려 1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배달음식 시장도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편리성의 추구, 1인 가구의 증가와 솔로 이코노미 시대의 등장으로 온라인 구매, 배달이나 대행과 같은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O2O) 서비스 시장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고객을 게으르게 만들어서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란런(懶人·게으름뱅이) 경제라 부르고 있다. 판매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모든 소비 형태를 포괄적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라 부르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도 엄청나다. 세계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연 200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고 있고 중국 알리바바는 작년 11월11일 광군제 행사에서만 44조원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기존 유통업체들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1위 유통기업이 수년 내 전체 점포의 30% 정도를 정리한다고 발표한 것처럼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시장에서 기존 유통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축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는 온라인 구매에는 필연적으로 상품을 고객에게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요구된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상품 자체의 품질과 함께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상품이 배달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이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빠른 배송을 내세우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상품의 적시 배송이 유통기업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예 회사명에 '배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기업도 쉽게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상품을 문전까지 배송하는 물류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택배기업들이 처리한 물량은 25.4억개이며 국민 1인당 연간 57.4회 택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작년 택배 물량은 전년 대비 9.5% 성장한 27.8억개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물량을 더해보면 어떨까? 새로운 이커머스 강자로 등장하고 있는 K사의 경우 하루 자체배송 출고건수가 170만 건이라고 하는데 이는 연간 6.2억 건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 둘만 합쳐도 34억개가 되고, 현 추세를 가정한다면 수년 내 택배 물량은 50억개를 넘게 될 것이다.

택배 시장은 매력적 성장세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혁신기업과 스타트업을 계속 탄생시킬 것이다. 로봇,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자동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가장 유용하게 활용될 분야의 하나도 택배 시장이 될 것이다. 택배가 국민들이 이용하는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으면서 정책 당국에서도 이를 생활물류로 분류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택배는 도시정책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할 것이다. 이전의 도시물류 정책이 화물차의 과적이나 안전문제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시민들에게 필수적인 서비스가 된 생활물류를 개선하기 위한 도시물류 인프라와 제도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택배 박스로 인한 생활 폐기물의 증가, 배달 차량의 사고. 공해와 같은 사회적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앞으로 신도시나 신시가지는 설계 시점부터 생활물류 편의성을 반영하면 좋을 것 같다. 택배 50억개 시대를 대비한 정책을 창의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권오경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