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1~2월 경기도 곳곳에서 예정돼 있던 신년음악회와 각종 공연, 지역축제 등이 대거 취소됐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문화예술 행사의 특성상 안전 유지, 점검 등이 필요한 이유에서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문화예술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쳤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되도록 가지 않으려는 대중들의 불안 심리는 곧 문화활동 위축으로 이어졌다.

전국 문예회관들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사무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사태 초기였던 6월 한 달간 경기도문화의전당, 의정부예술의전당, 안양문화예술재단 등 전국 주요 문예회관 10곳의 공연예매 취소 건수가 1만1227건에 달했다.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던 공연 관람객 수도 메르스 사태를 기점으로 급감했다. 2015년 월 평균 10만명 선을 유지했으나 6월12일 기준 공연 관람을 취소한 관람객 수는 내국인 2만7000여명, 외국인 4만여명이나 됐다.

2015년 메르스 공포가 정점을 찍은 6~7월 두달 간 연극,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나 급감했다. 이전의 사태에서처럼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아이돌이 출연해 팬덤을 몰고 다니는 뮤지컬 '귀환'의 7~9일 고양 공연과 21~23일 안산 공연이 취소됐다. 정동하, 박기영, 주현미, 김연자 등 가수들의 경기도 내 콘서트도 줄줄이 취소됐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캐리TV-캐빈 엘리쇼'는 2~3월 경기권 6개 지역의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공연 취소는 공연기획사와 배우, 스텝 사이의 용역계약, 공연장과 공연기획사 사이의 대관 계약, 공연기획사와 티켓 판매회사 사이의 판매대행계약, 그리고 티켓 판매회사와 관객 사이의 공연관람권 판매계약 등 복잡한 계약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뜻한다.

공연 취소에 따른 손해는 이 관계 속에 포함된 이들이 떠안게 된다. 무대에 올라 출연 회당 보수를 받는 배우, 의상이나 무대장치를 완성해 납품한 뒤 기획사로부터 잔금을 받는 스텝, 공연을 기획한 기획사 등이 피해를 보게 된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문화단체나 이벤트·행사 업체들의 피해는 더욱 크고, 이에 소속된 문화예술인들의 피해도 확산된다.

한 이벤트 행사업체 관계자는 "지역축제 등 문화관광 분야 콘텐츠 프로그램의 성패는 행사 이전에 투입되는 인력과 자본에 따라 달라진다"며 "행사 전 이미 많은 공을 들여놨는데 행사가 취소되면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수개월 동안 준비해온 프로그램에 대한 보상은 커녕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경제 활동 위축에 따른 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과 발 빠른 지원은 당연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산업의 피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저조하다. 문화예술계의 어려움은 간접피해로 인식되는 탓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술인 개인이 예술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 수입은 평균 1281만원으로, 월 수입 100만원을 밑도는 예술인이 전체의 72.2%에 달했다. 단순한 공연취소가 생계와 직결되는 이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문화예술인들도 사회재난이나 자연재난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문화산업계에 대해 즉각적이고 다양한 피해지원으로 문화 활동 위축을 최소화해야 한다. 문화단체·시설 긴급운영자금 지원, 예술인 긴급생활 융자지원 확대, 창작 장려금 지급 등 대응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시민들의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걱정으로 문화예술계의 분위기가 위축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선제적인 예방조치와 함께 시민들이 차분히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침체된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기다. 예술창작 및 시민들의 문화예술 관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도 있어야겠다.

박현정 경기본사 문화기획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