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하게 때론 유쾌하게, 진지한 성장
▲ 영화 '작은아씨들' 스틸컷. /사진제공=영화공간주안

가부장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여성을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지 못하는 성차별의 역사는 오래도록 우리 사회를 짓눌렀다.

고정된 성역할을 수행하는 것만이 최고의 미덕으로 칭해지던 1800년대 미국 여성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미국의 소설가 올컷(Louisa May Alcott)이 1868년 발표한 장편소설 <작은아씨들> 속 네 자매는 남성에 종속됨으로써 온전한 여성이 될 수 있는 현실을 목도한 뒤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헤쳐나간다.

원작은 성품과 기질이 각기 다른 넷이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꿈을 키우며 자라는 성장 이야기가 핵심이지만, 그레타 거윅이 메가폰을 잡고 만든 영화 '작은아씨들'에서는 여성들이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비롯된 동지애가 극을 관통한다.

네 자매는 시대적 부조리에 예의를 갖추면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줄 알았다. 물론 신념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음을 아프게 받아들이며 때로는 영리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진지한 성장을 한다.

마치 가(家)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묘사를 유지하며 이러한 현대적 의미를 새겨 넣었다는 점에서 그레타 감독의 각색은 고전의 무게감에 견주기 충분했다.

특히 영화의 주된 화자이자 '작은아씨들'이 전하려는 메시지에 가장 부합했던 둘째 '조 마치' 역의 시얼샤 로넌은 작가의 꿈에 한걸음씩 나아가는 자유롭고 당찬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첫째 딸 역의 엠마 왓슨과 대고모의 메릴 스트립까지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역할의 매력을 살려냈다.
이 영화는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178개 부문 후보로 올라 67개 상을 수상했다.

영화 '작은아씨들'은 현재 영화공간주안에서 상영 중이다. 관람료 주중 6000원, 주말·공휴일 8000원.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