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방송 인연 … 15년 후 다시 '열정'
구비설화 전승·청소년 교육 등 재능 기부
"조그만 공연장 만들어 연극하고 싶다" 꿈


연극 불모지와 마찬가지였던 하남에서 재능기부 등을 통해 공연예술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연극인이 있다.


극단 한홀 김성두(사진) 대표가 그 주인공.

김 대표는 30여 년 전 고등학교 시절 MBC 드라마 제2공화국 '김주열과 그의 어머니 편'에서 김주열 역할로 방송계에 입문해 연극과 TV 활동을 했다. 그러다 돌연 활동을 접었다. 이후 15년 만인 2006년 하남시 연극예술 부흥을 위해 다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공연예술의 씨를 뿌리고 있기도 하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교회에서 성극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점차 연극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죠. 하지만 철없이 굴면서 보란 듯이 대학 진학을 못했어요. 그래서 바로 입대를 했고, 제대한 뒤 바로 결혼했어요."

그는 그렇게 공연예술과 멀어지는 듯하다가 하남문화원에서 연극동아리를 하면서 다시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하남지역에 전승되는 구비설화가 200개가 넘지만, 토박이들도 잘 모르고 있더군요. 하남문화원이 발굴한 구비설화에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서 무대에 올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 대표는 2016년부터 하남시의 지원을 받아 구비설화를 연극으로 풀어 매년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리고 있다. '하남시 위례문화 구비설화 전승 프로젝트'가 그것인데, 앞으로 10년간 10개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게 그의 계획이다.

"창작극을 1년에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리는 일은 녹록지 않은 일입니다. 하남시의 지원을 받는다지만 제작비는 늘 부족하죠. 하지만 극단 식구들의 '열정'과 '봉사'가 하남의 구비설화를 재탄생시키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재능기부를 통해 중·고등학교의 연극동아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단원들의 도움도 함께 한다.

과거 청소년 시절부터 꿈꾸던 일이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11년 제1회 하남시 청소년연극제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3개 학교가 참여했지만 2016년에는 10개 학교가 출전하는 등 연극제 규모도 커졌다.

그는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극단 내에 청소년극단 돈키호테를 운영하며 청소년들의 연극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그렇게 성장한 제자들이 대학교 연극과에 진학했고, 극단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하남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 활동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엔 하남시 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서 공연했다. 참여자들과 같이 호흡하며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굴러라, 빵꾸'라는 공연이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참여하고, 함박웃음을 지며 손뼉을 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잠시나마 같이 웃고 즐기는 공연이었어요. 앞으로도 이러한 공연을 지속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 "과거엔 큰 꿈을 꾸었다. 하지만 현재는 소박한 꿈을 꾼다. 조그마한 연극공연장을 만들어 시민들과 같이 연극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두 대표는 "제자들이 왕성한 연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만들고도 싶다. 하남시에 맞는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해 보는 것도 꿈이다"고 했다. 하남에서 하남다운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끊임없이 무대에 선보이고 싶다는 그의 꿈이 아름다워 보인다.

/하남=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