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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칼럼] 전염병 국가·사회적 책임, 어디까지일까
[조우성 칼럼] 전염병 국가·사회적 책임, 어디까지일까
  • 인천일보
  • 승인 2020.02.11 00:05
  • 수정 2020.02.1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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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래를 논하는 21세기이지만, 지구촌에는 아직 100여개의 원시부족이 살고 있다. 그 중 앙골라의 무침바족, 에콰도르의 와오라니족, 스마트라의 쿠브족 등이 그나마 희미한 신화처럼 생존 실태의 일부가 문명세계에 알려진 부족들이다. 인류학자들은 이들이 피부질환과 골절, 파상풍 같은 여러 질병과 부상을 흔히 겪는다고 전한다.

문명의 공간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감기, 대상포진, 고혈압, 타박상, 찰과상 등을 부지불식간에 앓는 것과 같은데, 함께 생활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 한 그들은 그 같은 질환을 심각한 병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창(痘瘡) 같은 전염병에 걸리면 환자를 죽은 사람으로 간주하고 부족과 격리시켜 결국은 사회적으로 먼저 죽게 한다.

끔찍하지만 확실한 전염병 예방법 같다. 딱히 부족을 살릴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도 싶다. 두창이 바이러스에 의해 피부와 공기 등으로 전염되며 오한, 고열, 두통이 일어나면서 피부와 점막에 물집이 생기고, 그것이 고름으로 변한 후 10여 일 만에 딱지가 지는 과정을 거치는 4종 전염병이라는 것을 그들이 알 턱은 없었을 것이다.

개화기 전만 해도 우리도 그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두창을 천연두(天然痘), 포창(疱瘡), 마마, 손님이라 했다는 게 그를 반증한다. 지석영이 종두를 도입한 후 두창은 점차 맥을 못췄고, 1980년 WHO가 근절 선언을 발표했는데 당시 정부는 앞날을 몰라 2001년 11월 두창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잘한 일이었다. 잠자던 두창이 언제, 어디서 또 창궐할지 알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질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래 공존해 왔고 나름대로 치료법을 찾았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얘기가 다르다. 유일한 예방책이 기껏 마스크 쓰고, 손 잘 닦는 정도로 속수무책을 강요하는 괴질들이어서 더더욱 발병의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자연생활에서 문명생활로 접어든 뒤에는 질병도 그때까지의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만든 문명과 사회에 따라 커다란 변화를 겪어왔다"('문명과 질병' 헨리지거리스트)는 측면 때문이고, 상업적 타산이나 해괴한 건강관념에 따라 소에게 양의 내장을 먹이고,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데 굳이 박쥐를 잡아먹는 몬도가네식 일탈도 문제다.

그나저나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우한발(武漢發) 패닉이 인천에까지 불어닥친 것은 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마스크로는 가릴 수 없는 한파까지 덥친 탓일까? 지난 주 YTN이 손님의 발길이 끊긴 썰렁한 중구 일대를 보여주었는데, 수원, 의정부, 동두천, 부천 등 경기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추측하게 된다.

화급했기 때문인지 중국이 76개 도시에서 자국민 4억명의 이동을 제한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 우리가 중국발 항공편을 그냥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하루에도 십수만 명의 여객이 들고나는 인천으로선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몇 번 환자가 어디어디를 다녀갔는데 미처 파악이 안됐다는 뉴스에 가슴만 졸이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조승연 원장이 이끄는 인천의료원이 중국인 여성 환자를 완치시켰다는 본지(本紙)의 보도가 있었다. 한데 환자의 인터뷰를 질병본부가 가로막았다고 한다. 그녀의 병상 체험기가 다른 환자들에게는 소생의 희망이라는 걸 왜 외면했을까? 정부는 계속 갈지자 행보다. 인천시만이라도 인천의료원의 분투를 교훈으로 삼아야겠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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