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CT기반 모니터링기술 R&D 사업 선정해놓고는 예산 책정 안해

정부 4개 부처가 운항 중인 여객기 안에서도 특정 바이러스(병원체)를 찾아내는 등 입국 전 단계에서 감염병 유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첨단기술 개발 과제를 다부처 공동사업으로 선정했다가 예산 문제로 포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 방역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래 감염병 발생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5일 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들 부처는 지난해 2월8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제3회 다부처협력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2020년도 다부처 공동사업으로 '첨단 ICT 기반 출입국 행정 융합기술' 개발 과제를 선정했다.

이 기술은 불법 입국자와 감염 의심자 등을 자동 식별·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획안에는 ICT를 기반으로 감염 의심자의 전 주기를 관리하는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입국 전 전체 경유지를 대상으로 감염 의심자를 분석·관리하고 여객기 운항 과정에서 감염 의심자와 근접 거리에 있던 입국자를 선별해 관리한다.

입국한 감염 의심자가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에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할 수 있다.

과기부 산하 연구기관 한국기계연구원은 국내 출입국자가 증가하면서 테러리스트 등 위험인물이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제안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국내에선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기술 개발 과제는 1년간 수요조사와 주제선정, 사전기획, 다부처협력특별위원회 심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선정됐다.

기술 개발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195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초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완전 백지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부 관계자는 "출입국자와 관련해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감염병 쪽 기술 개발은 진행되고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첨단 ICT 기반 출입국 행정 융합기술 개발 과제를 기획한 유영은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부처 공동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과제로 선정됐는데 부처 간 예산 확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탈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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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바로 감염여부 진단할 기술 필요 … 예산엔 밀렸지만 연구는 계속" "현장에서 출입국자들이 보균자인지, 감염자인지 신속히 판단해 국내에 들어오기 전 먼저 대응하자는 생각으로 기술 개발 과제를 기획했습니다." '첨단 ICT 기반 출입국 행정 융합기술' 개발 과제를 기획한 유영은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연구적 관점에선 계속 진행 중인 과제"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유 연구원은 "우선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들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는 병원에서 확진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내 등 현장에서 바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