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는 자천 … 순지는 공천하라

 

▲ 궁궐(广)에 살며 사슴(鹿)과 새(鳥)를 닮은 해치(廌)가 먹는 풀이 薦(천)이다. / 그림=소헌

 

4·15 총선에 영입되는 인재(?)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되거나 할 것이다. 이맘때가 되면 각 당에서는 공천위원장이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두르게 되는데 이것을 잘 피하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 된다.

만일 그렇지 못해 공천에서 탈락한 자들이 무소속으로 나오거나, 상대 당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정의는 살아있다!”고 외치기만 하면 된다. 철학도 신념도 없는 그 밥에 그 나물.

자가공천(自家公薦) 제 잘난 맛에 자기 스스로 공천하다. 이를 줄여 자천(自薦)이라 하는데, 잘난 체하고 뽐내며 방자하기 그지없다.

서양식 표현으로 셀프공천이라고 하겠다. 사람은 스스로 관상觀相을 볼 수 없으며, 대야에 들어앉은 채로 자기 몸을 들어 올릴 수도 없는 법이다.

 

 

[스스로 / 저절로 / ~으로부터]

는 원래 사람의 주름진 코를 나타냈다.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키며 자기를 알린다. 그러다가 점차 스스로저절로등으로 쓰이게 되었고,

자기를() 알려 주는(줄 비) 신체부위인 (코 비)를 새로 만들었다.

 

[/ 가족 / 전문가 / 문벌 / 학파]

()은 온통 지붕과 지붕으로 연결된 큰 집이며, ()는 집에서 기르는 돼지다.

예전에는 집()에서 돼지()를 키웠다. 물론 사람과 돼지가 한 방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구들 밑에 돼지를 키우는 것이다.

()는 우리민족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글자다. 제주도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에서 개()를 키우는 (집 가)와 같이 쓸 수 있다.

 

[공평하다 / 공변되다 / 공직]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한 것을 공변되다라고 한다. 닫힌 마음을 열어() 사사로운() 일과 등지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사사로울 사)는 볏단()을 제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모양이니, 남보다 나를 위하는 이기적인 것을 말한다.

공정한 사람은 나라일을 할 때도 공적()인 일을 우선해야 한다.

 

[천거하다 / 드리다]

(해치 채)해님이 보낸 벼슬아치라는 뜻이다. 궁궐(广)에 살며 사슴(鹿)과 새()가 합쳐진 신령한 짐승으로서 옳고 그름과 선악을 판단하며 조정의 일을 돕는다.

해치()가 먹는 풀()()이라 하고, 풀을 뜯어 해치에게 주는 것이니 천거하다는 뜻이 나왔다.

을 간략하게 ()으로 쓴다. 사람을 천거()하는 것은 존귀()한 일이기에 섣불리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公薦(공천)은 공정公正하게 추천推薦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변종 위성정당이 나타났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당락을 위해 싸울 것이 뻔하다. “험지險地(험난한 땅)는 자천自薦하고 순지順地(수월한 땅)는 공천公薦하라.”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