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입국자를 대상으로 해외 감염병 오염지역 방문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검역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중국에 머문 뒤 제3국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한 검역망을 강화하지 않고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 대책으로 이날 0시부터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급한 중국 여권 소지자의 입국이 전면 금지됐다.
최근 2주간 후베이성에 체류한 이력이 있는 외국인도 국내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보건당국은 또 다른 지역에서 온 승객들이 중국발 항공기 승객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인천국제공항에 중국 전용 입국장 3곳을 설치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검역망에는 여전히 '빈틈'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와중에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중국 외 지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다.
실제 12번째 확진자인 40대 중국인은 일본에 체류하면서 확진자와 접촉한 뒤 지난달 19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했고, 이후 증상이 발현돼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그가 열흘 넘게 국내에 머무는 동안 '일본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검역 대상 오염지역인 중국을 방문한 뒤 제3국을 거쳐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서도 검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검역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4월 오염지역에서 제3국을 거쳐 입국한 '타깃 검역 대상'을 선별할 수 있는 '스마트 검역정보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이동통신사가 해외 로밍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염지역을 방문한 가입자 정보를 질병관리본부에 실시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오염지역 입국자 중 제3국 경유 입국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였다.
그러나 인천공항검역소 등 일선 검역소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타깃 검역 대상'을 파악하고도 건강상태질문서 등 자진 신고를 유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1대 1 집중 검역' 등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한층 강화된 검역망은 적용되지 않았다.
아울러 이 시스템은 입국자가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국내 이동통신사 이용자가 아니면 걸러낼 수 없는 한계도 안고 있다.
감사원도 지난해 '검역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실태' 감사에서 이런 문제를 확인하고 오염지역에 방문했던 제3국 경유 입국자의 검역 조사를 강화하라고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한 상태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중국에서 제3국을 거쳐 입국하거나 제3국에서 확진자와 접촉해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역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전날 기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모두 27개국에서 발생하는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관련기사 3·4·5·6·7·18·19면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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