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검역소, 국내 감염병 유입시 총괄지휘 매뉴얼에도 늑장 운영...센터 활용도 낮춰

 

정부가 인천국제공항 인근 최상급 격리관찰시설인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의 역할을 일부러 축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신종 감염병 확산 방지 등 본연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활용법을 신속히 마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해결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일보 1월30·31일자 1면>

3일 인천일보가 입수한 '2019년 국립검역소 격리시설 통합 관리 매뉴얼'을 살펴본 결과,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해외 신종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될 경우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격리 대상자 관리 기준'과 '시설 운영 인력 및 시설 설치·운영 기준' 등 격리시설 사용법이 담긴 매뉴얼을 제작했다.

격리자가 발생하면 검역소장이 총괄 지휘하고 검역소 직원들은 운영총괄팀·격리관찰팀·환자이송팀으로 역할을 나눠 격리시설을 운영하게 된다.

격리자가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으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되고 음성이 나오면 귀가 조치된다.

특히 이 매뉴얼은 국립검역소 격리시설의 격리 대상은 검역 단계에서 인지된 '감염병 의심환자' 또는 '확진환자의 밀접 접촉자'로 최대 잠복기까지 격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확인된 의심환자와 확진환자의 밀접 접촉자 중 지자체가 지역 내 격리시설 수용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격리를 요청했을 경우에도 받아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이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상도 수용할 수 있다.

이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가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를 운영해 의심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격리·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검역소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9일째인 같은 달 28일이 돼서야 센터를 가동했고, 의심환자와 밀접 접촉자보다 발병 위험성이 낮은 대상을 위주로 격리시설을 운영하며 스스로 센터 활용도를 낮췄다.

센터는 대규모 격리 대상을 수용하거나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감염병 대책 중앙지휘본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총 116억여원의 국비가 투입됐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압격리실(50병상)과 원격 진료 기능을 갖춘 상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8 질병관리백서'에서도 센터를 '해외 유입 감염병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국가적 인프라'로 소개하는 등 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사회에선 정부가 최상급 국가격리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하루빨리 시설 활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시설을 만들어 놓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전형적 혈세 낭비 행정"이라며 "센터가 신종 감염병을 막기 위한 '1차 방어벽'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활용하라고 만든 게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라며 "정부가 센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