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차이나타운 중국상인 망연자실
'중국혐오' 확산 인근 통행조차 꺼려 … 문 닫은 가게도
▲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30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인근에 위치한 중국인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함께 '중국 혐오'로 비화하는 그릇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중국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낮 12시 수원역 앞 차이나타운. 점심시간이지만 인적이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150여 점포가 모여 있지만 손님 드나드는 곳을 쉽게 찾기 어려웠다.

이곳에서도 맛집으로 소문 난 A음식점. 이 음식점은 중국 대표음식인 마라탕을 전문으로 한다.
장모(58·중국 길림성) 사장은 밀려드는 주문에 주방에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텅 빈 테이블에 앉아 뉴스를 보고 있었다.

기자가 오늘 첫 손님인 줄 반갑게 맞았다가 다시 테이블에 걸터앉았다. 그는 대뜸 "중국 혐오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속상하다"며 TV를 가리켰다.

취재하는 내내 다른 손님은 없었다. 매일 점심을 먹던 단골손님 30~40명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소식 이후 발길을 끊었다. 그는 설 연휴가 끝난 26일부터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5개 테이블에 39㎡(12평) 남짓한 공간에서 많이 벌 땐 한 달에 500만원 정도 순이익을 올렸다. 장 사장은 매일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까지 일하면서도 고된 줄 몰랐다. 그에겐 이곳이 삶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가 수원에 정착한 것은 3년 전이다. 가족이 힘들게 모은 종잣돈으로 음식점을 차렸다. 옴짝달싹하기 힘든 좁은 주방에서 무거운 웍과 씨름하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지난해 1월부터 '마라탕'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주변 이웃과도 부쩍 친해져 형, 동생 사이가 됐다.
그렇게 3년을 열심히 살았다.

장씨는 1월 중순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인 상인을 달리 보는 시선을 느꼈다고 했다. 막연하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부 이웃도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을 추방하자 전염병의 원흉이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자는 국민청원도 5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우리도 전염을 우려해 최근 입국한 일부 중국인을 멀리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는데, 무조건 안 좋은 시선으로 쳐다본다"고 하소연했다.

장 사장 가게와 이웃한 다른 가게 중국인들이 느끼는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웃 사장 강씨는 "이곳에서 장사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지금 가장 힘들다"며 "손님이 99% 줄었다. 두 달 동안 똑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 같은데 어떡하느냐"고 울먹였다.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점심시간에 차이나타운 약 1000m 거리는 한산했다. 간혹 지나는 사람은 마스크를 쓴 채 걸음을 재촉했다. 150여 점포를 찾는 손님 역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예 문을 닫은 음식점도 10여곳 눈에 띄었다.

강씨는 "중국인이지만 우리도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평범한 상인들이다"며 "똑같이 세금을 내면서 장사하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대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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