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방치한 채 시설확대 비판
정부가 격리자 건강을 세심히 살피기 위해 3년여 전 인천국제공항 인근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에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최근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해외 감염병 확산 방지와 격리·관찰·원격 진료 기능을 완비한 국가격리시설의 쓰임새를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인천일보 1월30일자 1면>
30일 질병관리본부와 감사원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8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국립인천공항검역소 등 전국 5개 검역소에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격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환 등 건강 문제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인천의 경우 인천공항검역소가 운영 중인 국가격리시설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 2층 격리실에 원격진료시스템 장비가 도입됐다.
원격 진료는 의사나 간호사 등 센터 관계자가 격리자 상태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 중인 의료인에게 전달하고 의학적 지식이나 기술을 공유해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관련 매뉴얼을 제작해 5개 검역소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격진료시스템은 한 번도 사용되지 않는 등 방치된 상태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 이런 내용이 담긴 '검역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2018년 12월까지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의 원격진료시스템 이용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실적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답을 내놨다.
감사원은 또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 예산 50억원으로 추진한 '인천공항검역소 국가격리시설 및 진단검사실 확충 사업'도 문제 삼았다.
이 사업으로 센터 내 1인실은 21실에서 50실로 증설되고 모든 방이 음압 기능을 갖추게 됐다.
음압병동은 감염병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특수병상으로, 기압 차를 이용해 공기가 항상 병실 안쪽으로만 유입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8월 메르스 대응 지침을 개정해 메르스 밀접 접촉자를 격리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고도 이에 대한 검토 없이 밀접 접촉자 격리에 활용한다는 이유로 국가격리시설 확충 사업을 추진했다"고 꼬집었다.
감염병 대응 방식 변경으로 국가격리시설의 격리 대상이 축소돼 이용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시설 규모를 키워 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얘기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의심환자의 밀접 접촉자 관리를 현실화한다며 밀접 접촉자 관리 방법을 관할 보건소의 능동감시로 변경한 바 있다.
메르스 사태 때 밀접 접촉자 83명이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에서 격리 생활을 한 데 반해,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선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9일째인 28일이 돼서야 센터가 가동을 시작한 것도 감염병 대응 지침 개정과 연관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감사원은 "'격리시설과 원격진료시스템 등 운영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립검역소의 검역 감염병 대응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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