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두려움, 혐오로 번져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50여만명
'우한폐렴' 언급 부추기는 행위
송주명 "최전선에서 더 큰 공포역지사지가 필요" 자성 목소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 확산이 중국 혐오로 옮겨붙었다는 지적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혐오와 차별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우리 모두 같은 '인간'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 참여가 29일 현재 57만명을 넘기는 등 감염병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중국인 혐오로 번지고 있다.

박진 다산산인권센터 활동가는 "혐오 감성이라는게 공포와 짝을 지어서 표출된다. 이번 나오는 중국 혐오가 전형적인 형태"라면서 "초기 대응을 잘못한 것이 혐오를 키웠다. 지금도 무차별하게 퍼져나가는 가짜뉴스가 있다.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4·15 총선이 본격화되자 보수야권의 '혐오 정치'도 한몫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의 진짜 원인을 엉뚱한 이들에게 떠넘겨 보수표를 얻겠다는 계산이겠지만 우리 사회를 분열과 탈이성, 무관용으로 몰아넣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안양동안을)원내대표와 민경욱(인천 연수을) 의원 등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 '국제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선포하면서 "국경 폐쇄,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며 "(국경 폐쇄나 여행·무역 제한 시) 모니터링 되지 않는 사람, 물건의 비공식적인 국경 이동을 발생시켜 오히려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또 신종 코로나를 두고 '우한 폐렴'이라고 언급하는 것 역시 혐오를 부추기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2015년 수립한 명명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을 명명할 때 지리적 위치, 사람의 이름, 동물이나 음식의 종류, 문화·인구·직업, 과도한 두려움을 유발하는 용어 등을 질병 명칭에서 배제해야 한다.

대신 원인이 되는 증상과 질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관한 정보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송주명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인들 모두도 피해자들이다. 우리와 연대해 신종 코로나와 싸워야 할 사람들"이라며 "최전선에서 더 큰 공포를 느끼면서 싸우고 있는 중국인들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직시해야 한다. 시민적 '역지사지'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