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대북 교류·지원사업을 펴왔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안다. 시는 지난 2004년부터 남북 체육교류, 평양시 산모 지원, 남북 말라리아 공동 퇴치 등을 진행해 왔다. 시민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를 통해 중국 단둥에 축구화공장을 세워 북한 근로자들을 수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교류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지자체가 직접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물꼬를 터준 것을 계기로 인천시는 다시 남북교류에 신발끈을 매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마음이 앞서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북한 방문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 인천·평양 공동유치를 위한 것이었지만, 안 전 시장은 평양시 고위직으로부터 "시장 선생이 그렇게 애원하니 생각해 보겠다"는 핀잔을 들었으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당시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인천시는 40여 억원을 북 측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차원의 남북협력은 인도적 지원과 문화·관광·학술 분야에 한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체장이 업적 쌓기를 염두에 두고 대북문제에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북한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소지가 적고, 정부에도 부담을 주지 않게 된다.

인천시가 이틀 전 관광 등 부하가 덜한 사업부터 펴겠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바람직하다. 우선 중국과 유럽 등 제3국 여행사를 통해 인천시민들의 북한 관광을 추진하기로 했다. 인천에 실향민이 많이 거주하는 점을 고려해 이들에게 여행경비 일부를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북한과 관련된 스토리가 있는 인천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중국 옌볜대학교를 매개로 인천문화재단과 북한 학계가 함께 참여하는 '황해도 공동학술조사'도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문제는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인천이 남북화해의 교두보가 되겠다는 식의 거창한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천시의 대북 자세에 요구되는 것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