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 전염병으로 돌아오다

 

▲ 박쥐(蝠복)는 비록 미물(虫)이지만 복(福)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림=소헌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중국의 중부에 위치한 우한(武漢무한)은 충청남도보다도 조금 더 큰 도시로서 장강(長江)과 한수(漢水)가 합류하여 간단히 한(漢)이라고 한다. 아편전쟁 후 청나라가 영국에 개방을 허용한 곳이며 자국 내 허브공항이 있는 육해공 교통의 중심지로 성장한 곳이다. 정치전략적으로도 요충지로 활용되었으니,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가 천도(遷都)하기도 하였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충칭(重慶중경)으로 가기 전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다.

2002년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중후근(SARS사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병원체로서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및 폐렴 등 증상을 보였다. 그 뒤 2012년에는 메르스(MERS)가 훑고 지나가더니, 최근 우한에서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되었다. 전파력이 강한 특성을 보이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된다는 것이 큰 걱정거리다.

하출편복(何出蝙蝠) 박쥐가 왜 거기서 나와? 사스, 메르스, 우한폐렴 등 세 질환 모두 비말(飛沫 침방울, 물방울)을 통하여 전파된다는 점과 박쥐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를 매개체로 한다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박쥐는 예로부터 복(福)과 장수(長壽)를 상징한다. 박쥐 두 마리를 넣은 문양은 쌍복을 뜻하며 다섯 마리는 오복을 뜻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박쥐(蝙蝠)가 거기서 나왔을까?

[박쥐]
(벌레 충)은 뱀이 똬리를 튼 모습이며 주로 파충류나 곤충을 뜻한다.

②扁(넓적할·작을 편)은 문(戶호)에 책(冊책)을 걸어놓은 것 같은 작은 문패나 현판이다. 처음에는 '두루'라는 뜻으로도 썼다.

③어두운 밤에도 두루(扁편) 날아다니는 쥐(충)를 닮은 새가 바로 박쥐(편)다.


복 [박쥐 / 살무사]
(가득할 복)은 술이 가득 담긴 항아리에서 왔다. 신(示시)에게 정성을 다해 술(복)을 따르며 제사를 지내면 복(福복)을 받는다.

②박쥐(蝠복)는 비록 미물()이지만 복(福 생략형)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1)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2)낮에는 새 편에 붙고 밤에는 쥐 편에 붙다. 이 두 속담을 하나로 만들어 보자. 晝鳥夜鼠(주조야서)라고 하면 적당하다. 晝(낮 주) 鳥(새 조) 夜(밤 야) 鼠(쥐 서)를 썼다. 이처럼 韓字(한자)는 함축성과 상상력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글자가 틀림없다. 그런데도 한자는 외국의 글자라며 한글만 써야한다고 주장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자가 왜 중국에서 나와?"

동진시대 갈홍이 쓴 <포박자>에는 박쥐가 천 년을 살면 흰색으로 변하는데 거꾸로 매달린 흰 박쥐를 먹으면 장생한다고 하였다. 욕심이 가득 찬 인간은 흰 박쥐를 찾아다녔을 테고, 비록 흰 박쥐가 아니더라도 잡아먹으면 조금은 더 오래 살게 될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욕심은 화를 낳게 마련, 무분별한 섭취는 결국 인간에게 해(害)로 되돌아오게 된다. 경자(庚子) 새해에 복(福)을 받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잡는 방법은 하나, 박쥐를 동굴로 돌려보내는 길이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