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의 참상, 엄마의 시선으로 담아
▲ 영화 '사마에게' 스틸 컷 /사진제공=영화공간주안

시리아 내전 중 딸 출산한 감독, 카메라 들어 '일상적 죽음' 고발


오늘 내가 죽지 않은 건 폭탄이 옆집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5살 아기를 포함한 옆집 일가족은 모두 사망했다.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무차별 총질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격기 공격에 누구든 맞을 수 있는 상황, 단지 운이 좋아서 아직 살아있는 처지가 매일 반복된다면 어떨까.

같은 지구 땅 시리아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이다.

영화공간주안에서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사마에게'는 시리아 분쟁 한복판에 선 한 여성이 바라본 전장의 실태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저 한 개인이 휴대폰과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영상은 너무나 참혹하고 정직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다.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정치·이념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민간인들이 일상적으로 죽어 나간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부터 노인까지 가리질 않는다.

특히 촬영장소는 내전 피해자들의 참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리아 알레포 지역의 병원이었다. 기록자는 와드 알-카팁이라는 여성으로 이 병원을 세운 의사 함자의 아내이자 사마라는 딸을 낳은 엄마다.

2016년 시리아 정부군은 알레포 지역을 반군세력이 모인 곳으로 낙인찍고 이곳을 포위한 뒤 지역민 학살에 나선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알레포를 탈출했지만 알레포 대학을 나온 와드는 끝까지 남아 함자와 결혼해 공습에 다친 사람들을 돕는다. 전쟁 한복판에서 사마를 출산하며 "이런 곳에서 널 낳아 미안해"라면서도 알레포를 지킨다.

"떠나지 않는 건 일종의 저항"이라고 말하는 와드는 부지런히 영상을 찍는다.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사마에게 남기는 유언이라고 생각해서다.

영화 속 와드는 계속해서 아기 사마에게 말을 건다. 왜 엄마와 아빠가 알레포에 남게 됐는지, 무슨 일을 하느라 그랬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죽어갔고 어떻게 희망을 잃지 않았는지를 설명한다.

영화로 제작되기 전 와드의 영상물은 온라인 전파를 타고 전세계에 시리아 실태를 고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와드 가족과 알레포 주민들이 추구한 건 단 하나, 자유였다. 영화는 사마에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과 누리는 우리의 평범한 시간이 이들이 그토록 원하고 지금도 갈구하는 고귀한 가치라고.

'사마에게'는 2월까지 영화공간주안에서 볼 수 있다. 관람료 주중 6000원, 주말·공휴일 8000원.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