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4만원→1000원대 '뚝' 화성 재배농가 13t 폐기 처리

고소득 작물로 인기를 얻던 '아로니아'가 최근 4~5년 엄청난 가격 폭락으로 화성지역 재배 농가들이 시름에 빠졌다.


지역 재배 농민들은 이로 인해 쌓아둔 아로니아 재고품들을 폐기하고 있다.


29일 화성지역 재배 농민들에 따르면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해외에서 수입된 아로니아 분말·농축액이 대량으로 들어와 2013년 생과 1㎏당 3만5000원~4만원이던 가격이 1000~2000원 대로 95% 이상 하락했다.

지역 12곳의 농민들은 2018년 생산해 건조, 냉동보관 중인 아로니아 재고물량 13t을 폐기 처리했다.


정부는 아로니아는 초기 고소득 작물로 농민들에게 집중 육성하면서 재배 농가가 전국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는 2013년 492가구에서 2018년까지 4753가구로 9배가량 늘었다. 생산량도 2013년 117t에서 지난해 8778t으로 74배 증가했다.


지역 농민들은 분말 형태의 외국산 물량의 국내시장을 잠식하며 농가들은 판로가 막혔고, 쌓여가는 아로니아는 골칫덩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는 아로니아 폐기를 희망하는 농가들을 대상으로 국비와 시비를 투입해 1㎏당 가격의 80%까지 보상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호트팜 이영자(68·여) 대표는 "정부는 당연히 피해 보전대책은 진행해야 하지만, 시세의 80%만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가 소득 작물로 함께 육성하던 블루베리 등은 폐원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FTA 발효 이후 함께 수입 직격탄을 맞은 포도나 블루베리 등은 폐원지원 사업으로 농가별 3.3㎡당 생산비를 지급하고 있다.


화성지역 농민들은 "기업들이 분말 형태로 아로니아를 대량 수입, 가격 하락의 큰 원인이 되고 있지만, 정부는 '재배 확대로 인한 가격 폭락'이란 입장만 되풀이한다"고 원망했다.


실제 가격이 급격하게 추락하자 지난해에는 상당수 지역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하거나 폐원을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단기간에 재배가 확대돼 국내 생산이 과잉됐고 최근 아로니아를 대체하는 다른 건강식품들이 출현하면서 소비 위축과 함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시 농업지원팀 담당주무관은 "지난해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아로니아 농가를 대상으로 과원 정비사업을 추진해 1㏊ 당 600만원의 생산비를 지원했으나, 올해는 정부방침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이상필·김태호 기자 th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