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 중인 애경사 벽돌.


최근 애경그룹은 종합기술원을 2022년 송도국제도시에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애경사 사태'가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2017년 5월30일 인천 중구청은 동화마을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 확보를 위해 옛 애경사 건물을 기습적으로 철거하기 시작했다. 100년 세월을 품은 것으로 추정되는 근대산업유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상황이었다. 철거를 막기 위해 지역 시민사회가 나섰고 주요 방송사들도 이 '사태'를 다루면서 전국적 뉴스가 되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문화재청 직원들이 현장으로 달려왔지만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 완전 철거였다.

당시 출입문은 봉쇄되었고 철거업체 직원들은 상당히 예민해 있었다. 시정 홍보를 담당하던 나는 철거된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곳곳에 벽돌, 목재, 양철 등 건물의 잔해들이 어지럽게 너부러져 있었다. 현장을 나가면서 작업자에게 "벽돌 한 장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애경의 출발은 인천 송월동이다. 1912년 일본인이 설립한 '애경사(愛敬社)' 터에 1954년 애경유지공업㈜ 인천공장이 들어섰다. 그 공장에서 만든 '미향' 비누는 한 달에 100만 개가 팔렸다. 당시 경인국도를 달리는 트럭 대부분이 애경 비누를 싣고 다녔다는 일화를 남겼다. 1962년 애경유지공업은 생산시설을 인천에서 서울 영등포로 옮겼다.

송월동 애경사 터에서 주워온 빨간 벽돌은 후에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제는 낡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애경사 흔적의 유일한 '유물'이다. 정확히 60년 만에 인천으로 돌아오는 애경의 귀환을 환영한다. 다시 벽돌 한 장부터 쌓는 마음으로 시작해 인천에서 또 다른 '미향'의 신화를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