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언 이후 여름에도 결코 녹지 않았던 그린랜드와 캐나다 북쪽지역의 얼음, 일명 '북극 최후의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는 뉴스는 새롭지 않다. 일년내내 녹지 않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해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비중이 21배 높은 묻혀있던 메탄가스가 매년 수 억 t씩 방출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충격적이지 않다.

최근 호주에서 이상기온으로 인한 산불이 발생해 수개월째 한반도 크기의 숲을 태우고 있다는 뉴스도 해외토픽일 뿐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되곤 한다. 위의 모든 뉴스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야기다. 문제의 원인은 모두가 알다시피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가 화석연료 사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은 더 이상 과학자들 간의 논쟁거리가 아닌 명료한 과학적 사실로 밝혀진지 오래다.

하지만 심각한 사실 인식에 비해 이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대책은 결코 특별하지도 심각하지 않고 더디기만 하다. 어느틈엔가 기후변화 뉴스는 세간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을뿐 아니라 화석연료 중심의 우리 사회시스템의 전환과 개인 삶의 태도를 바꾸어야겠다는 직접 계기가 되질 못하고 있다.

물론 북극의 문제가 우리의 일상에서 먼 공간적 거리감도 원인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모든 자연현상의 원인을 지구온난화 문제로 너무 단순화시킨 결과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웬만한 기후변화 이슈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는 '기후변화피로증후군'에 놓여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문제는 지루한 환경이슈에서 국가 간 무역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나와 상관없어 보이는 해외토픽에서 이제는 구체적인 국가생존 경제문제로 진행 중이다.

그 첫 화두는 탄소관세(Carbon Border Tax)다. 지난주 폐막된 다보스포럼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인 폰데어 라이엔은 탄소배출량이 높은 수입 제품에 탄소 관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EU의 경우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Net-zero)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연동해 기후관련 기준을 맞추지 못한 수입제품에 대해서 탄소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얼마나 적게 사용했는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배출가스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수출입이 제한되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이제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은 글로벌 무역에서 그만큼 도태될 수밖에 없다.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도 이미 진행 중이다. 이는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사용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겠다는 협약인데, 이미 애플, 구글, BMW, 코카콜라 등 전세계 194개 글로벌 대기업이 가입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대기업에 납품을 하거나 거래를 하려면 RE100 가입 여부를 의무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여기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동참하기로 했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사업장에 국한해서다.

한국은 2017년 12월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t을 넘어섰고, 1인당 배출량은 세계 7위로 온실가스 다배출국가다. 게다가 온실가스 배출증가 속도도 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어 기후악당으로 취급받고 있다. 또한 정책적·기술적·비용을 핑계로 2050 온실가스 탄소중립, Net-zero 선언도 불투명하다. 물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고 있지만 수출하는 제품의 원가만 높인다며 경제단체들의 협조는 요원하다.

하지만 이미 세계 각국들은 국가, 지자체, 의회차원에서 국가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제로를 위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시민의회가 출범한다. 정부에만 맡겨두지 않고 시민이 직접 나서서 여론을 만들고 기후변화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무역현실을 고려할 때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은 심각하고 특별하고 비상한 결단이 요구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조강희 한국환경공단 기후대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