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진 도망갔단 소문주변 음식점·편의점 문 닫아물·식량 생필품 사재기 동나한국인 500여명 귀환 기다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를 방문했다가 고립된 한국인들이 우리 정부의 신속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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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에 의해 내려진 각종 조처로 숙소 밖을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과 식량 등 생필품마저 동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인천일보에 우한시 현지 상황을 전해온 이모(29·여)씨는 현지 상황을 한 마디로 '공포 그 자체'라고 했다.
이씨는 우한 폐렴이 확산하던 지난 23일 오후 공항을 통해 귀국하려 했지만 공항 폐쇄로 실패한 이후 5일 넘게 숙소에 갇혀있다. 현지 우한주재 한국총영사관 등을 통해 현지 사정이나 정부의 대응 소식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일행 한 명과 함께 지난해 11월 업무차 우한시를 방문했고 예정 귀국일은 2월 초였다.
이씨는 이달 초 우한에 폐렴이 발병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중국 정부와 현지인들이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느 때처럼 마스크를 한 사람만 종종 보였을 뿐 도심 곳곳에 사람과 차량이 붐볐다.
그러다 지난 10일쯤부터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지인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 이후 우한시에 폐렴 환자가 있는 병원 의료진이 다 도망갔다는 등 현지에서도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이때는 우한시를 빠져나오긴 늦은 상태였다. 중국 정부가 공항 폐쇄에 이어 대중교통과 고속도로, 일반국도를 봉쇄했다. 아예 도로에 차량통행도 금지했다. 창밖으로 도심을 내다보면 사람도, 차량도 전혀 없는 '유령 도시' 같은 분위기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씨의 큰 걱정은 생필품 문제다. 물과 식량은 사흘가량 버틸 정도만 남았다. 이씨는 주변 음식점이나 카페, 편의점 등이 문을 닫아 구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오후에 수소문 끝에 문을 연 편의점을 어렵사리 방문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사재기해서 진열대가 텅 비어 있었다.
이씨는 "상점이 언제 문을 열지, 구호품이 조달될지 전혀 가늠 안 된다"며 "물과 라면을 조금씩 먹으면서 연명하고 있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이씨는 며칠 전 한국대사관에 직접 전화해 여권번호와 메일주소 등을 알렸고, 대사관에서는 추후 상황을 메일로 안내해주겠다는 게 전부다.
이씨는 "전세기를 동원해 한국으로 이송한다는 말만 들었을 뿐 아무 정보가 없어 답답하다"며 "제발 무사하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씨 등 2명을 포함해 한국인 500여명이 우한시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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