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한국한시의 장르적 시각
[새책] 한국한시의 장르적 시각
  • 여승철
  • 승인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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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계를 향해 있는 한국한시에 대한 애정과 관심
▲ 박혜숙 지음 소명출판317쪽, 2만2000원

"예리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지식인의 민중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현한 한시들을 접하면서 그런 작품들이 무척이나 많은데 놀라고, 거기 담긴 시인의 마음이 너무나 치열하고 생생해서 가슴 벅찬 때가 많았다. 그런 작품들을 어두운 서고에서 불러내 우리 문학사의 주류에 포함시키고 소중한 문학유산으로 활용되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서사한시와 악부시 장르를 주목하게 되었다." (책머리에 3쪽)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이자 국문학자인 지은이가 옛 문인들이 쓴 서사한시(敍事漢詩)와 악부시(樂府詩) 장르를 통해 외부세계와 타자를 향한 한국한시의 관심을 학문적으로 규명했다.

한시는 중세 지식인의 개인적 서정이나 음풍농월을 주로 표현한 것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적·자족적 성격의 순수 서정시만이 아니라 생생하고 다양한 현실 반영의 시들도 존재한다.

특히 한시의 전통은 심미성·내면성을 추구하는 시만이 아니라 사회성·역사성을 추구하는 시가 함께 공존했다.
지은이는 바깥 세계를 향해 있는 한국한시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제1부 서사한시와 제2부 악부시로 나눠 정리했다.

서사한시는 '서사적 요소가 두드러진 한시'로, 대개 현실세계에 대한 관심에서 창작됐다. 서사한시에는 지식인이 견문한 민중적 삶의 모습이 대거 수용되어 있다. 현재까지 서사한시의 출현 배경이라든가 작자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서정한시와의 차이점, 장르적 성격과 개념에 대한 논의는 별반 이루어지지 않았다. 종래 막연히 통용되어온 서사한시에 대한 최초의 학문적인 본격적 논의가 이 책에서 이루어졌다. 한국 한문서사시의 개념과 전개 양상에 대한 논의를 펼쳤으며, 한글로 쓰인 서사가사와 가사계 서사시로까지 논의를 확장했다.

악부시는 타인의 처지나 사회적 감정을 대변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한국악부시는 민간세계의 동향과 백성의 삶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장르이다. 한국악부시의 3대 작가로 김려, 정약용, 이학규를 꼽을 수 있으며, 이 책에서는 김려와 이학규의 악부시를 다루었다. 또한 조선 전기와 후기의 악부시 양상과 악부시의 가장 핵심적 특질 중 하나인 '지역성'의 문제를 살폈다. 더불어 해방 후 전위시인으로 활동한 김상훈을 통해 악부시의 전통이 근대시에 발전적으로 계승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한시가 근대시에 수용된 중요한 한 경로임을 밝혔다.

지은이의 주요 논문으로는 '조선의 매화시', '18∼19세기 문헌에 보이는 화폐 단위 번역의 문제', '다산 정약용의 노년시' 등이 있으며 저서로 <한국 고전문학의 여성적 시각>, <형성기의 한국악부시 연구>, 편역서로 <사마천의 역사 인식>, <부령을 그리며-사유악부 선집>, <다산의 마음> 등이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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