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보단 실속인 요즘
맛 좋고 비용도 저렴한
차례상 대행업체 '인기'
▲ 민족대명절 설연휴를 앞둔 22일 인천 부평구 제사음식 전문점 효드림에서 직원들이 제사상에 들어가는 육원전을 만들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정성을 담아 명절 음식을 만들어 드립니다."

22일 인천 부평구 한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고소한 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인천지역 차례상 대행 서비스 업체 '효드림' 주방에서 육원전을 만들면서 나는 냄새였다.

보름달같이 동그란 형태의 육원전은 다가올 설을 떠올리게 했다. 뒤편에선 조기 찜 준비에 한창이다. 하얀 김을 내뿜는 찜기에 조기가 한 마리씩 놓였다.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전을 뒤집고, 조기 찌는 것을 반복했다. 이들의 작업은 소문난 맛집을 연상케 했다.

효드림은 2018년 문을 열었다. 김성기(42) 대표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제사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핵가족, 1인 가족 등이 늘어나면서 훗날 혼자서도 제사를 치르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경기 불황과 1인 가구 영향으로 격식보다는 실속을 차리는 차례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삼색 나물부터 빛깔 좋은 과일까지 예로부터 명절 차례상은 가짓수도 다양하고 푸짐하게 올리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 각자 형편에 맞게 상을 차리면서 명절 스트레스 없이 온 가족이 즐겁게 보내는 신풍속이 확산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효드림을 이용하고 있는 김경호(43)씨는 "하루 종일 기름 냄새 풍기면서 음식을 준비하는 아내와 부모님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우연히 효드림을 발견했다"며 "처음에는 부모님이 거부감을 느끼셨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행 서비스를 선호했다. 음식 맛도 좋고 깔끔해서 이제는 믿고 맡긴다"고 말했다.

주문형 차례상은 전문업체가 음식을 모두 만들어 배송해 주는 방식이다. 기호에 맞게 음식을 추가할 수도 있다. 주문자는 배달된 음식을 데워 상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도 저렴하다. 효드림의 인기 상품 '간편 제사상'은 23만원 정도다. 효드림은 명절 연휴가 되면 평균 150여개의 차례상을 차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격식보다 실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 차례상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설 명절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은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며 "어르신들은 조상에 대한 정성이라고 생각하며 형식을 중요시했지만, 젊은 세대들은 실속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을 하다 보니 이들의 욕구에 맞춰 차례상 대행업체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