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산둥함을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해상 굴기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장구한 역사 속에서 대륙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대륙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역사적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늘 북방 대륙으로부터 가해졌고, 중국의 대외 팽창도 주로 북방으로 전개되었다. 근대 이전까지 해양은 중국을 외부로부터 보호해주는 자연적 방어벽이자 동시에 남방으로의 팽창을 가로막는 장벽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해양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진입한 이후였다. 19세기 중엽 이후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게 되면서 해양으로부터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해군의 육성이 강조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탄생한 북양해군(北洋海軍)은 결국 청일전쟁에서 전멸했고, 20세기에 들어와서도 해군 양성 노력을 기울였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된 1949년 이후에도 사회주의 혁명의 곡절 속에서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해군의 육성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1980년대 이후의 '개혁·개방'이었다. 경제적·외교적 대외 접촉이 확대되고 해양자원의 개발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수요가 발생하면서 해양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이처럼 해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해군 건설의 필요성도 커졌고, 지속적 경제성장의 성과가 군사적 성과로 이어지면서 해군의 양적·질적 성장도 함께 이뤄졌다. 종종 뉴스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중국 해군 건설의 성과는 중국이 오랜 기간 지녀온 대륙 국가로서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해양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국의 '해상 굴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변국, 또는 이미 해상 패권을 장악한 기존 강대국들과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난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남중국해 분쟁이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해상 교역 루트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한 남중국해는 중국 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나 일본 등 중국의 해상 진출을 견제하려는 국가들이 이러한 갈등 구도에 개입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은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의 합법성을 계속 주장하면서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도 각종 탐사 및 군사 활동을 감행하고 있다.

1947년 중화민국·국민정부 시기에 설정된 '구단선'은 남중국해의 해역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국민정부를 타이완으로 몰아내고 대륙을 통일한 중화인민공화국도 구단선 주장을 계승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둔화, 홍콩 문제 등 다른 국내 문제의 부담으로 인해 중국이 당분간 남중국해에서 강경책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중국이 이 해역에 대한 권리를 유지·확대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군사적·외교적 자원을 동원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실전 배치된 '산둥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둥함은 소련제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자체 기술로 제작되었고, 2017년 4월 처음 완성돼 2019년 10월까지 8차례의 시험 임무에 투입되었다. 아직 중국이 다른 나라의 선진 조선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지만 2025년까지 강력한 해군을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야망에 한 걸음 다가간 성과임은 분명하다.

산둥함이 실전 배치된 곳이 바로 하이난도(海南島)의 싼야(三亞) 일대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이난은 중국 최남단의 섬으로 베트남 북부와 마주하고 있으며 싼야는 하이난의 남단에 있는 곳이다. 산둥함의 주요 작전구역이 남중국해가 될 것임은 분명하며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산둥함을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해상 굴기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원준 인천대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