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학대'로 장애를 앓는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계모에게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했다.
여주경찰서는 살인,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A(31·여)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여주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9·언어장애 2급)군이 떠들고 돌아다니는 등 저녁 식사 준비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찬물이 든 욕조에 1시간가량 속옷만 입고 앉아있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군은 2016년 2월과 5월에도 A씨에게 학대를 당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격리 조처됐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8년 2월 "학교에 보낼 나이가 됐으니 잘키워 보겠다"는 부모에게 인계됐다가 또다시 학대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당초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지만, 법리검토를 거쳐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혐의를 변경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 방지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부작위 살인죄는 일반 살인죄와 같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아울러 A씨에게서 "지난해 3~4차례 아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손찌검을 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여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판단해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법원에서 혐의가 바뀔 수 있지만 A씨가 피해자의 어머니로서 마땅히 해야 할 아동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만큼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 사건 이후 학대 피해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가 또다시 학대당하지 않는지를 확인하고자 B군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학대 피해아동 680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점검에 나섰다.

/여주=홍성용 기자 syh22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