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질까봐 민원 제기...행정은 방관하거나 동조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선 수개월째 청년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멈춰서 있다. "교육 환경을 해친다"는 등의 이유로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청년 주거권 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은 지난 15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값이 떨어질까봐 제기되는 민원에 행정은 방관하거나 동조해왔다"며 "차별 없이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수년 전부터 청년임대주택은 주민 민원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교통 체증, 학급 과밀화 등을 이유로 반대 여론과 마주한 것이다.

이런 현실은 인천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청년 창업·주거 복합 공간인 '창업마을 드림촌'은 인근 대단지 아파트 대표단 반대로 착공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민원 빗발치는 청년임대주택

20일 인천시 자료를 보면 창업마을 드림촌은 지난 2017년 9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12층 규모의 건물은 혁신 창업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시는 1~4층에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할 수 있는 창업지원시설을 만들고, 나머지 공간은 임대주택 200호로 채우려고 했다. 19~39세 청년에게 시세의 72% 수준 임대료로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창업마을 드림촌 역시 앞서 난항을 겪었던 청년임대주택처럼 사업이 중단되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시설계는 중지된 상태다. 인근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제출한 민원에는 공공시설 용지의 용도 변경, 사업 예정지 옆 초등학교 과밀학급, 외부인 유입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젊은이들의 꿈 키워줘야"

시는 지난해 공공시설 용지로 돼 있던 드림촌 사업 부지의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했다. 창업지원주택을 건립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고, '공공의 이익 실현'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공공시설 용지에 학교 증설이 필요하다며 용도 변경의 부당함을 강조해왔다.
반대 여론의 초점은 임대주택에 모아졌다. 김상섭 시 일자리경제본부장은 지난해 11월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민원의 공통된 사항을 보면 임대사업을 하기 위한 주택을 반대한다는 게 핵심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파트 대표단은 지난달 초 시청에서 임대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열기도 했다.

취업난과 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 정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벽에 부딪히자 시는 난감해하고 있다. 창업마을 드림촌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8일 새얼아침대화에서 "청년들이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서 창업을 연구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젊은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민·김은희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