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 성장률, 작년 11월 전망 때와 대체로 부합할 듯"
한은 총재 "부동산정책이 현 통화정책 완화기조와 상충 안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올해 첫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 금리 동결 결정이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역대 최저치인 연 1.25%로 0.25%포인트 낮춘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무역협상 진전 등으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경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리스크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금통위는 "금년 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한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서명해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히고 국내 경기도 일부 지표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향후 경제 여건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진 점도 금융안정 측면에서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7조2천억원 늘어 12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저금리 등 완화적 금융여건이 주택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택가격이 금리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와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집값 안정화를 이유로 통화정책 변동 여지를 차단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금융시장에선 당분간 한은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과 이르면 상반기 중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병존한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작년에는 미중 무역분쟁과 낮은 물가 상승률로 금리 인하 기대가 컸다"며 "올해는 경기 회복세가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기업부채,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 등으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11월 금통위와 대비해 경기 판단은 상향 조정됐지만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2명으로 확대돼 전반적으로 상반기 금리 인하 여지를 열어두는 모습"이라며 "올해 경기 회복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추가 금리 인하의 명분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에선 신인석 위원과 조동철 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때는 신 위원만 인하 의견을 냈다.

상반기 중 금리 결정 회의는 2월 27일과 4월 9일, 5월 28일 세 차례를 남겨놓고 있다.

4월에는 신 위원과 조 위원을 포함해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종료된다. 새 위원으로 교체되면 큰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일정 기간 기존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일부 위원이 연임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