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명소에 '선수' 놀 공간 만들어 콘텐츠 채워야"
▲ 허승량 케이슨24 대표 /사진제공=케이슨24

 


인천대교 공사 자재 모아두던 곳
전시회·버스킹 공연 무대로 바꿔
인근 대학 축제·파티공간 되기도

문재인 대통령 방문으로 '유명세'
지난해 '100만명' 찾을 만큼 성황



'송도를 스쳐 가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으로 만들어 보자'는 비전을 품은 '케이슨24' 허승량(51) 대표는 '공간'과 '콘텐츠'를 강조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방문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송도의 명물이 된 케이슨24는 문화와 예술이라는 콘텐츠를 펼쳐내는 허 대표의 꿈이 현실이 되는 공간이다.

해안을 따라 묵직한 철골빔이 바다 위 상판을 받치고 있는, 솔찬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케이슨24는 인천대교 건설 당시 건설자재를 모아두던 곳이다. 공사를 위해 바다로 이동하던 접안시설이었던 이곳은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는 하는 패스트트랙 공법과 도로 상판을 육지에서 만들어 바다로 옮겨 공사기간 단축과 안정성을 확보한 케이슨 공법의 산물이다. '케이슨'은 공법에서 '24'는 송도의 24번째 공원인 솔찬공원의 번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아트앤컬쳐뮤지엄플랫폼(Art & Culture Museum Platform) 케이슨24는 이렇게 탄생했다.

허승량 대표는 "아트앤컬쳐뮤지엄플랫폼에 라이프(Life)가 추가됐다. 송도라이프아트앤컬쳐플랫폼, 멋지지 않나? 수탈의 통로, 대기업의 창구, 군사시설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바다를 잃어버린 인천에 '바다맛'을 보여준 계기가 된 것 같아 지난 4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흥분된 활동의 연속이었다"고 평가했다.

인천대교 건설에 사용했던 케이슨 작업장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기부채납을 받아 탄생한 케이슨24는 6차례나 유찰을 겪은 끝에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송도의 끝자락, 교통이 불편한 오지가 아니라 황해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곳, 문화체험을 하며 다양한 먹거리를 이용할 수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998.49㎡ 공간에 문화와 예술을 채웠다.

케이슨24 전시공간은 각종 초대전과 대학생 버스킹 공연 등으로 문화의 향연을 펼쳐진다.

개장 기념으로 백승기 작가 초대전이 진행됐고 시청각실에서는 이탈리아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의 공연 비디오가 상영됐다. 이후 아트컬렉터 김정인 소장전, 미추홀 극단의 연극 '맥베드' 등 각종 전시와 연극이 펼쳐졌다. 레트로 페스티벌 인 케이슨24, 케이슨24와 함께하는 고교연합밴드축제, 김창완밴드와 전인권밴드 출신 프로 뮤지션들의 무료 공연 등이 부정기적으로 펼쳐졌다.

그는 "건물이란 껍데기에 불과하다. 문화라는 콘텐츠가 채워질 때 비로소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했다"며 "단기간 내에 가시적 효과가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문화와 예술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접근하고 꾸준히 실험하고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공원과 맞닿은 인천대에 주목했다. 그리고 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한 4개의 외국대학, 연세대, 재능대 등 송도에 자리한 9개 대학과 꾸준히 접촉을 가졌다. 대학축제나 파티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대학밴드가 공연할 수 있도록 각 학교와 연계하며,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치는 송도 안의 문화예술 플랫폼을 케이슨24에 펼쳤다.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송도국제도시 경원재에서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 참석 후 솔찬공원과 복합문화시설 케이슨24를 찾았다.

문 대통령이 솔찬공원 등을 방문하는 배경에 대해 "인천의 숨은 관광지를 방문함으로써 내외국민들에게 지역 관광자원을 소개하고 지역관광에 함께 참여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음악공연도 관람했다.

허 대표는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케이슨24를 방문했을 때가 제일 기억이 남는다"면서 "군사 철조망을 걷어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천대교를 건설했던 곳에 대한 상징성이 대통령을 이곳에 오게 만든 것 같다. 방문 이전에도 인천, 수도권에서는 핫플레이스였지만 방문 이후에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렀다"고 말했다.

케이슨24의 성공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는 "아름다운 한강을 배경으로 하는 고수부지 공원들에 작은 매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바다를 끼고 있는 인천 대부분의 공원이나 경인아라뱃길, 심지어 수도권 시민들의 보물섬 인천앞바다 섬에도 매점, 커피숍, 차별성 없는 건물만 홀로 놓여 있다"며 "바다, 해안, 호수, 모두 인천의 강점이다. 인천내항, 연안부두. 그런 곳이 우리같은 '선수'들을 만난다면 제2, 제3의 케이슨24는 언제든 탄생할 수 있다. 그런 곳에 수도권 시민들이 모이고 외국인들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슨24라는 공간에 지난해 100여만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카드 결제만 20만건 가량 됐으니 무료 관람객 포함하면 100만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허수는 아닐 것이다.

허 대표는 "큰 기업은 '큰' 케이스로, 우리 같은 소대·중대급 기업들은 '우리' 케이스로 만들면 된다. 송도에 알게 모르게 문화장인들, '슬리핑 자이언트'들이 많이 살고, 머물고 있는데, 이들이 놀 만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큰 돈, 아트센터 인천 같은 우아한 건물이 아니어도 된다. '관'에서 '나를 믿고 함께 해보자'는 의지를 보여주고 '선수들이 알아서 잘 놀면' 그게 문화공간이고 핫플레이스가 된다. 그래야 송도 같은 건물파워에 문화, 컬쳐 콘텐츠가 채워진다. 우리가 바라는 명품도시 인천의 모습이 아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 허승량 케이슨24 대표 /사진제공=케이슨24
▲ 허승량 케이슨24 대표 /사진제공=케이슨24


허승량 대표는 …

1968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난 허승량 대표는 한국방송통신대를 마치고, 사업을 하며 조경분야와 산업디자인 등의 공부를 했다. 1996년부터 나무를 매개로 한 나무공작소와 '공방'과 커피 등 먹을거리를 접목한 '카페우토리'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간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그는 ㈜공공스토리사업단을 운영 중이다. 사업단은 최근 해양수산부 주관의 '바다가꿈 프로젝트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환경시설을 디자인해 인천 대이작도를 꾸미는 프로젝트로 주변 시설물들을 관광지인 대이작도에 어울리도록 디자인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디자인 분야 회사로 참여해 디자인과 제작, 설치까지 총괄했다. 공공스토리사업단은 산업디자인 전문기업으로 공원 안내판·공공시설물·간판 정비 전문기업이다. 도시 경관 사업과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등도 진행 중이다. 또한 송도국제도시에서 복합 문화 시설 '케이슨24'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시관광협의회 부회장 겸 문화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천 마이스얼라이언스(MICE Alliance)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