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과정에서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욕구가 있는데 그 욕구가 잘 충족되면 자존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아이가 자신의 욕구가 제대로 채워지지 못하면 갈등과 상처가 남게 된다. 바닷가의 해풍을 맞은 소나무를 보면 자연의 현상에 따라 한 쪽으로 휘어지고 굽어지듯이 변형된 모양으로 생존하게 된다. 자연의 섭리는 비슷한 문제나 상처를 가진 사람끼리 만나서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치료하도록 이끈다. 부부는 어린 시절 부모에 의해서 채워지지 못했던 미해결 문제들을 배우자를 통해서 충족되기를 바라는 무의식적 동기를 가지고 결혼을 한다. 이것이 부부가 서로를 배우자로 선택하게 되는 진정한 결혼의 동기이다.

따라서 실제로 서로 상처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부부가 되는 것이고 많은 사람 중에서도 부부가 서로 자신의 부모를 닮은 배우자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며, 부모의 성격과 이미지 중에서도 부정적인 부분을 많이 닮은 배우자를 만나게 되는 이유다.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무의식적 열망은 어린 시절에 나를 돌보아준 양육자, 특별히 부모와의 관계경험에서 형성된 이미지와 가장 맞는 대상인 이마고 짝(Imago match)을 찾는다. 이것이 이마고 부부 치료에서 설명하는 부부 선택에 있어서의 이마고 짝맞추기다. 발달 단계의 같은 지점에서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이 서로 반대 쪽의 상처를 입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잃어버린 자아(lost self)를 찾아 또 다시 발달 단계적 욕구를 충족하려고 애쓴다. 그러므로 이마고 치료에는 각자의 어린 시절의 부모와의 경험을 중심으로 형성된 '나의 이마고 찾기'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과 배우자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자신과 배우자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마고 대화법으로 아내는 남편이 공감하며 잘 경청해 주고 인정해 주자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깊은 마음속 얘기까지도 할 수 있었다. 이마고 대화는 안전감을 경험하게 하고 둘이서 정서적으로 깊이 연결해 주는 촉매제가 되자 남편은 아내가 얼마나 좌절하고 슬퍼하고 억울하고 두려웠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상당히 배우자를 치유하고 자신의 결핍을 매꿀 수 있어 함께 성장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상처가 있는 그 시점을 서로가 인정하고 공감해줄 때 상처는 치료된다. 서로가 유년기 때의 부정적인 경험들을 많이 얘기하면서 서로가 연민의 감정으로 배우자의 고통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공감적인 경청이 매우 중요하다. 부부관계에서 종종 싸우는 아내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항상 잘못한 것만 지적당하고 잘한 것에는 한 번도 칭찬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다. 자신은 지적받을 존재로 알고 있었고, 위축되고 수동적인 존재로 성장한 것이었다. 과거의 아버지에게 억압된 분노와 두려움은 남편이 무슨 말만 해도 거칠게 반응하고 남편이 알아서 상처 난 자신을 이해해 주고 온전히 수용해 주기만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남편은 능력이 중요한 사람으로 경쟁형이기 때문에 자기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이어서 의존하는 아내를 비난하곤 했다. 어린 시절 부모와 관계를 말하는 것이 부모를 비난하기보다는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자기이해를 돕기 위하는 것이라면 부부는 협조적으로 반응한다.

부부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 더 즐거운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를 더 돌보는 행동들이 나오게 된다. 그러면 서로가 감사와 인정과 존경으로 이어지고 더 가치로운 자신을 느끼고 변화하는 성장의 과정으로 나아간다. 내면의 편안함과 안정감을 경험할 때 부부는 자발적인 창조성과 유희성도 보장되고 다시 낭만적인 부부관계의 회복이 가능하다. 그리고 부부는 이런 고백을 할 것이다. "당신과 함께 살아 있음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게, 살아 있음이 이렇게 고마울 수 있다는 게, 살아감이 이렇게 벅차도록 기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황홀함을 느낍니다."

김혜숙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