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우리나라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영화를 상영하거나 연극을 올리거나, 공연을 하는 곳을 극장이라고 했다. 현대에 와서는 영화 이외의 공공성 중심의 대중문화를 공연하는 무대를 극장으로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극장의 기원을 보면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을 최초의 극장이라고 한다. 고대극장의 필요성은 제례의식, 축제의 공간이자 주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곳이었다.

그리스어로 극(劇)을 Drama라고 하며 '행동한다'의 의미가 있고 극장(劇場)은 theater라고 하며 '본다'는 의미이다. 곧 극장은 행동을 보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현대적 의미의 영화 상영은 버라이어티 쇼를 공연하는 극장에서 공연과 공연 사이에 여흥을 위해 상영하던 영사물을 위한 상영관에 의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보는 것에 대한 문화행위를 지금은 '영화 보러 간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극장 구경 간다'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어떻게 보면 '극장 구경'이라고 하는 것은 극장의 외관 즉 영화관람과 관련된 건물이나 주변 환경과 같은 물리적 요소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영화관람과 관련된 프로그램, 매체, 건물 내외에서 행해지는 사건으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내용을 함께 공유하는 비물리적인 요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보기 위한 행위는 공적 공간 속에서 개인만의 세계로 빠질 수 있는 사적 공간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번잡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원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천은 사유를 위한 고유의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특별한 곳이다. 2007년에 우리나라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꿈꾸지 못했던 예술영화 전용관이라는 극장이 주안에 개관을 했을 때는 많은 부분에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인천광역시 남구(지금은 미추홀구)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개관한 영화공간주안은 13년 동안 다양성 예술영화 상영이라는 극장의 직무를 묵묵히 수행하면서 인천 시민의 문화생활을 함께하고 있다.
예술영화는 단순하게 소비되는 상품이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산물이다. 다양성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공간주안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화려한 외향의 부대시설로 이윤을 추구하는 대신, 편안한 음악과 조용한 분위기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2020년에는 인천시민 모두가 '극장 구경 간다'는 의미가 주었던 설렘을 영화공간주안에서 느껴보시기를 소원해 본다.

심현빈 영화공간주안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