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잘사라."
몇년만에 짧은 엽서를 받았다. 매듭을 한 땀 한 땀 엮은 '행복' 할머니가 빼뚤빼뚤 쓴 글씨였다. 어르신들의 수공예 제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은 동봉한 편지에 "행복의 당신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귀걸이 하나를 구매한 소비자는 그 순간 '행복씨의 당신'이 됐다.

경북 상주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마르코로호(marco roho)는 매듭을 활용해 귀걸이·반지·가방·모자 등 다양한 수공예 제품을 생산한다. 지역에 거주하는 '매듭지은이' 어르신 20여명이 직접 만든 독특한 제품들이다. 어르신들은 각자 남는 시간을 활용해 유동적으로 한 달 기준 40시간 가량 근무한다고 전해진다. 때로는 동료들과 제품 사진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서거나, 꽃꽂이 강좌 등 문화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어르신들의 모습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르코로호의 최우선 목표였던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성공적이었다. 이른바 '착한 소비'로 입소문이 나면서 창업 직후 2015년 3500만원이었던 연 매출은 6억원까지 증가했다. 목표를 가능하게 만든 이들의 전략은,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도록 촌스럽지만 예쁜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에 제품 구매 때마다 소비자들에게 판매액의 5%를 독거 노인 생활, 결식 학생 식사, 장애 아동 후원, 유기 동물 보호, 아프리카 아동 후원 등 각자 관심 분야에 맞춰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 만족도와 함께 기부 활동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인천에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들이 많다. 인증을 준비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61곳과 사회적 기업 143곳, 마을 기업 56곳, 협동조합 403곳, 사회적 협동조합 71곳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포함시키면서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인천에서 2017년까지 111개였던 사회적 기업은 2년 만에 28.8% 증가했다.

하지만 지역 사회적 경제 분야의 가장 큰 이슈는 '공공구매 구매 비율 확대'다. 여기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들을 위해 공공기관이 일정 비율로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시민들이 낸 세금이 사회적 가치를 향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사회적 기업이 시민들에게 독자적으로 다가갈 방향은 없을까. 인천을 넘어 전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 걸까. 지속 가능한 사회적 경제를 위해 시민들을 설득하는 힘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행복' 할머니가 직접 그린 자화상과 빼뚤빼뚤한 글씨를 보면서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복잡해졌다.

김은희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