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공공 조직에서 일하다보니 부서의 이름이 종종 변경되는 것을 접하게 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또는 연관된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서가 합해지고 분리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부서의 이름이 만들어지게 된다. 기관 조직의 이름보다 빈번히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구매해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의 이름들이다.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 오래 사용되는 상품의 이름은 때로는 다소 재고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상품 이름과 같이 이름 변경이 쉬운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개개인의 이름일 것이다. 주위에 이름을 바꾼 몇몇 친구들의 새로운 이름은 해가 바뀌어 상당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입가를 맴돌 뿐 쉬이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전 이름과 새 이름을 혼용하는가 하면 휴대폰에 두 개의 이름을 나란히 같이 저장하는 번거로움이 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름 변경의 절차는 어렵지는 않지만 널리 사용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름 변경에 있어서 가장 경직된 것은 공연장, 전시장과 같은 공공 문화시설의 이름을 변경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된 이름을 변경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어서 이름 변경을 개진해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경기도문화의전당이 경기아트센터로 이름을 바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전문가의 진단과 관람객, 주민과 직원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쳤으며, 대 토론회를 통해 새로운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향후 관련된 법 개정이 완료되면 3월부터 변경된 이름이 사용되게 된다.

기관의 이름 변경은 상기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하는 것 외에 많은 예산을 수반하는 일이다. 각종 지도와 도로 표지판을 비롯해서 기관을 알리는 크고 작은 안내판 그리고 각종 서식과 서류를 바꿔야하는 복잡다단한 일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름 변경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러한 이름을 갖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안타까움이 가시질 않는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1991년 개관 당시의 이름은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었다. 2004년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이름이 변경되고 이번에 경기아트센터로 변경되는 곡절을 갖는 기관이다. 이 같은 우를 왜 두 번이나 저지른 것일까? 이것은 비전문적이고 무책임한 관료행정의 참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부산, 부천, 평택, 화성, 세종시 등에 새로운 문화시설이 건립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무책임한 관료행정이 저지른 올바르지 못한 이름의 대명사는 예술의전당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의전당의 원래 이름은 서울아트센터였는데, 건립 과정에서 서울은 이름에서 사라지고, '아트'는 '예술'로 '센터'는 '전당'으로 변경되어 '예술의전당'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전당'이라는 이름은 일본식 한자 조어로 우리에게는 생소한 문화시설 표기방식인데, 이 문제가 되는 '전당'이라는 표기방식을 이후로 지방도시에서 무분별하게 차용해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의정부예술의전당, 경주예술의전당, 천안예술의전당, 청주예술의전당 등이 그러한 사례이고, 유사한 이름도 있었는데 경기도문화의전당,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당진문예의전당, 소리문화의전당, 중구문화의전당 등이다.

문화시설의 이름은 그 공간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규정짓는 매우 전문적이고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문화시설의 건립과정을 살펴보면 건물의 건립은 어느 정도 전문화 되어있는 반면 시설 운영은 체계적이지 않고 전문화 되어있지 못하다. 시설의 건립이후 운영할 담당자가 정해져있지 않은 시설이 대부분이고, 업무를 담당하는 비전문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의 핵심을 올바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안목도 없다. 심지어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래서 담당자들이 외치는 세계적인 공연장,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시설의 건립이라는 수식어는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다.

김흥수 서울대학교 예술과학센터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