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간여행 … '동갑내기 밀레니얼' 잘 노네~

 

▲ 배정재(왼쪽)씨와 이길우씨는 사내에서도 알아주는 재주꾼들이다.


한날한시에 포스코 입사 … 현재 동거중
취미로 여행영상 제작 … 주위 칭찬자자
한국철도공사 영상전서도 2등 '겹경사'



믿기지 않겠지만 인천에서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선사시대 유적이 남아있는 강화도와 개항의 근거지 인천 중구, 미래도시 송도국제도시까지 하루 만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타임슬립' 한다.

이런 인천시의 독특한 매력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5분짜리 영상이 지난해 인천관광공사가 개최한 '인천 역사·문화 여행 영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2명이 함께 작업한 대상팀의 주인공은 바로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에 갓 입사한 배정재·이길우씨 였다.

이 영상은 TV와 라디오, 유튜브, 지하철 등에서 인천시 홍보용으로 각색돼 활발히 쓰이고 있다.

배정재·이길우 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철도공사(KORAIL) 홍보영상전에도 도전해 2등상을 수상했다.


#우리가 알았던 인천, 우리가 몰랐던 인천
"대한민국 서쪽 끝,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항구의 도시 국제도시 인천. 평생을 서울에 살던 내가 처음 인천에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에이 아무리 인천이라도 서울만하겠어' 하던 내 생각은 처음 인천을 여행하던 날 송두리째 뽑혀버렸다. 오늘 난 잠시 시간을 멈추고 다시 인천 여행을 떠나려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인천에서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이렇게 시작하는 유튜브 영상은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우리나라 철도의 시작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으로 이어진다. 인천 중구 청일 조계지와 일본근대 가옥 거리로 간 시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과 최초의 서양식 공원인 자유공원에 한참을 머무른다.

이들은 인천상륙작전의 상흔이 남은 인천항과 월미도 문화의거리를 거쳐 미래 도시로 향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듯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며 송도국제도시에 도착한 이들은 송도의 중심 센트럴파크와 인천대교를 비춘다.

"시대를 앞서가는 도시디자인과 새로운 풍경. 조금 전만해도 과거에 있던 나는 단숨에 미래로 왔다."

단 30분 시간 안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현재를 보여 준 이 영상은 인천의 역사·문화 여행코스와 숨은 명소를 부각시키고자 했던 인천관광공사의 취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이 팀은 지난해 7월 열린 시상식에서 대상을 타고 상금과 영상제작에 쓰인 활동비를 지원 받았다.

해당 영상의 저작권은 제작자들과 인천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소유하며 이후 인천시는 영상을 여러 매체에 편집·사용했다.

#92년생 동갑내기, 입사동기의 패기
2018년 7월 한날한시에 포스코건설에 입사한 배정재·이길우씨는 1992년생 스무 여덟 살 동갑내기다.

배씨는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인천 토박이인 반면 이씨는 줄곧 서울에서 살다가 입사와 동시에 인천으로 이주했다. 대학에선 각각 전기와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입사 동기에 나이까지 같은 걸 알고 난 우리는 바로 친해졌죠. 급기야 회사 근처 월세집에서 동거 중이랍니다."

특히 이씨는 영상을 만드는데 취미가 있었다. 여행도 많이 다니며 틈만 나면 자신만의 영상을 제작해 보곤 했다. 이렇게 만든 여행영상은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우연히 인천시 홍보영상 공모전이 있다는 걸 보고 지원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둘이 팀을 이루자고 합심했지요."

어떻게 하면 인천의 매력을 5분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이들은 근·현대사의 역사가 스며있는 인천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 한·중·일 인근 국가들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계를 맺고 뻗어나가고 있는 국제도시의 이미지를 돋보이려 했다.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했다. 둘이 기획부터 출연, 제작까지 도맡았기 때문에 두 명이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는 삼각대를 사용했다. 또 인천대교와 하늘 촬영 때에는 드론을 활용했다.

인천 여행지별 장소에 맞는 음악도 선곡해 삽입했다.

"기획한 각본대로 촬영 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정말 재밌었습니다. 또 인천이 광활하다는 것과 곳곳에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공을 들인 영상이 대상에 선정되자 포스코 기업에서도 영상을 SNS에 올리고 이들을 격려했다.

"그래도 회사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일을 한 거라 회사에 누가 되지는 않을지 조금 걱정했습니다. 영상제작은 어디까지나 취미 생활이며, 모두 업무 시간 이외 휴일에 진행하긴 했어요."

염려와는 다르게 둘은 회사에서도 장래가 유망한 '젊은 피'였다. 송도8공구 M1블록 주상복합 신축공사 현장에서 전기와 기계설비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인천에서 상을 받은 이후 코레일에도 문을 두드렸는데 감사하게도 또 2등상을 주셨어요. 여가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정도 받아서 기쁩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