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여름 북성포구 소리를 채집 중인 안병진 PD.

 

▲ 지난해 여름 북성포구 소리를 채집 중인 안병진 PD.


얼마 전 경인방송 안병진 PD가 카톡으로 <음향 다큐: 골목길 사람들> 영상 한편을 보냈다. 제작진은 지난 1년 동안 배다리, 신포시장, 차이나타운, 북성포구, 양키시장, 미림극장, 창영초 등에서 소리를 '채집'했다. 단순한 녹음을 넘어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냈다.

일전에 그는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자존감을 높이고자 '인천의 소리' 방송 캠페인을 제작하기도 했다. 연안부두 공판장 경매 소리, 백령도 콩돌해변 파도 소리, 짜장면 만드는 소리, 강화 소창 직물 짜는 소리, 내리교회 종소리 등을 시리즈로 전파에 실어 내보냈다. 아예 자신의 프로그램에 '인천의 소리' 고정 코너를 넣었다. 1년 넘게 나는 게스트로 출연해 그 '소리'들을 인천의 스토리로 풀어냈다.

그때 그는 '사운드 아카이브' 작업에 대해 자주 얘기했고 그때마다 나는 "소리도 유물인데 왜 박물관에서는 무관심하지?"라고 맞장구쳤다. 당시 나는 박물관에 속해 있지 않았다. 영상을 보낸 것은 "이제는 제대로 한번 해 보라"는 무언의 압력인 듯하다. 때마침 서울 종로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소리, 역사를 담다' 특별전을 열고 있다, 역사기록으로서 소리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과거의 소리로 이어지는 시간 여행을 하게 하는 기획이다.

소리는 시간과 함께 흐른다. 흘러간 소리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추억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우리 곁에는 수많은 소리들이 있다. 도처에 있지만 한순간 휘발돼 아득히 멀어지고 끝내 사라지고 만다. 원도심 골목길엔 잃어버린 소리가 아직 곳곳에 살아 있다. 서둘러 '인천의 소리' 유물을 발굴·수집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이맘때 한밤중 골목에서 울렸던 이 소리를 들은 지 꽤 오래되었다. "찹싸~~알 떠억 메밀 무~~욱"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