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곧 죽을 것 같은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면 그냥 참고 견디다가 그대로 죽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 고통을 호소하면서 쓰러지는 사람을 보았다면 그냥 지나칠까? 병원을 찾은 환자가 지금 당장 완치될 수 없는 질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환자를 그냥 돌려보내는 의사가 있을까? 신체적으로 고통을 느끼면 병원을 찾을 것이고, 고통을 호소하면서 쓰러지는 사람을 보았다면 119에 연락을 해줄 것이다. 의사는 병원을 찾은 환자가 지금 당장 완치되지는 못하더라도 고통을 줄이기 위한 처방을 해 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왜 참고 견디다가 스스로 삶을 포기하면서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지난해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대구에서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지난 5일 김포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생활고를 비관해 일가족이 소중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까지를 생각하게 된다면 그전에 먼저 관계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다. 일순간에 완치될 질병이 아니더라도 우선은 고통을 줄이기 위한 처방을 해 주는 의사처럼 당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다 해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어떻게든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봐 줄 것이라는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국가에서 국민이 어떤 존재인가를 적시해주는 선언으로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국민의 권리로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었고, 시행한 지 벌써 20년이 되었지만 국민의 권리로서 당당하게 인정받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일부 국가의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위장이혼을 하거나 재산을 타인의 명의로 이전해서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는 사례 등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해서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도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의 생존권을 권리로서 보장하기 위해 생계, 의료, 주거, 교육, 기타 현물지원 등 생애 주기에 따라 필요한 비용을 세분화해서 지원할 뿐만 아니라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조건부 수급대상자에게는 자활근로를 통해 탈 수급을 위한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는 맞춤형 사회복지 제도다.

이런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서 담당자와 상담을 통해 신청을 하면 시·군·구청에서 사실조사 및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최종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해당되는 서비스를 국가로부터 제공받게 된다. 물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서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개인적인 채무나 경제적인 문제 등이 다 해소될 수는 없다. 또한 실제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다. 얼마 전에 보도된 '영종 장발장' 사건만 보더라도 기초생활수급자인 30대 남자와 그의 아들이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를 훔치다가 발각돼 범행 동기를 묻자 "배가 고파서, 밥을 못 먹어서"라고 대답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ㅋ

하지만 '영종 장발장' 사건이 보도된 후 아직 우리 사회는 이웃의 어려움에 도움의 손길을 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트에서 절도를 하다 적발된 부자의 사정을 듣고 선처를 베푼 마트 대표와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이들 부자의 사정을 듣고 식사를 대접하고 훈방 조치한 경찰, 식사 중인 이들 부자에게 현금 20만원을 건네주고 간 시민의 온정의 손길이 있었다. 또한 이 사건이 '영종 장발장'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이 부자의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에는 1000만원이 넘는 성금을 비롯해 쌀과 우유 등 많은 식료품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국가가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고 저소득 취약계층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구를 보호하고 최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 미흡한 제도를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도 여러 가지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러한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 행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이웃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국가에 대한 신뢰가 있고 이웃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이상 생활고를 비관해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접하지 않게 될 것이다.

신뢰와 소통은 개인과 이웃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고, 관심과 배려는 이웃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한숙희 인천시자활센터장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