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13인 이상 낚시어선에 '의무적 구비'
실효성 검증차 시연회 연 어민협회, 거센 반발
▲ 13일 인천 중구 무의도 인근 해상에서 열린 '낚시어선 구명뗏목 실효성 현장 시연회'에 참가한 익수자들이 거꾸로 펼쳐진 뗏목을 뒤집으려 애쓰고 있다(왼쪽 사진). 정상적으로 펼쳐진 상황을 가정해 시행한 2차 시연회에서 익수자들이 뗏목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전문 다이버도 올라타기 어려운 구명뗏목이 위급한 상황에 제 역할을 할지 의문입니다."

13일 오후 인천 앞바다에서 전국낚시어민협회 회원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익수 상황을 가정한 '구명뗏목' 시연회가 열렸다.

이날 시연회는 올해부터 13인 이상 낚시 어선에 구명뗏목을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함에 따라 협회가 뗏목의 실효성을 검증하고자 마련했다. 구명뗏목 의무화는 2017년 영흥도 낚싯배 사고 등을 계기로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나온 대책이다.

그동안 협회 회원들은 구명뗏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거센 바람과 조류로 인해 구명조끼를 입은 채 뗏목에 올라타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수백만원을 들여 효과도 없는 장비를 구비하는 것은 어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 측은 해양수산부가 구명뗏목의 실효성과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검증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실행되지 않자 직접 나섰다.

시연회에는 전문 다이버 6명과 해상구조안전요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익수 상황을 가정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3명씩 팀을 나눠 바다에 뛰어들었다. 시연회에 사용된 구명뗏목은 6인용 규모였다.

하지만 첫 시연부터 뗏목이 뒤집힌 채로 뜨는 등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먼저 입수한 다이버 3명은 뗏목을 정상 위치로 뒤집으려고 애썼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작은 낚싯배들이 점점 물 속으로 가라앉는 다이버들을 건져야 했다.

뗏목이 해상 위에 정상적으로 떠 있는 상황을 만들어 진행한 두 번째 시연 역시 순탄치 않았다. 6명의 다이버가 동시에 뛰어들어 뗏목을 향해 달려갔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도 쉽게 올라타기 어려웠다.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배와 뗏목을 연결한 밧줄을 끊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최종적으로 뗏목에 올라탄 인원은 1명이었다.

전문 다이버 A씨는 "뗏목이 자꾸 가라앉고 무게중심이 잡히지 않아 올라타기 어려웠다"며 "일반인들이 위기 상황에 처한다면 서로 뗏목으로 올라가려고 애 쓰다가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시연회를 통해 구명뗏목을 눈으로 확인한 협회 회원들은 해수부가 현장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탁상행정'에 그친 정책을 내놨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라북도 군산에서 낚싯배를 모는 선장 유광호(41)씨는 "당장 20인승 이상의 배에 구명뗏목을 갖추려면 500만원이 필요하다"며 "해수부는 현장에 직접 나와 문제를 파악하고 낚시 어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어민협회 요구에 따라 시판되는 구명뗏목을 활용한 시연회 개최를 검토는 하고 있다"며 "오는 4월부터는 13인 이상 낚시어선에 구명뗏목을 구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