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의경 시신이 10년째 인천 한 대학병원에 안치돼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유족이 지금껏 시신을 넘겨받지 않아서인데 병원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인천경찰청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2010년 5월5일 인천남동경찰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허모(당시 20세) 의경 시신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 안치실에 누워 있다.

시신은 반미라 상태로 시신 보관용 냉장고에 보관돼 있다. 보통 시신은 장례 기간인 3일 정도 안치실에 있다가 묘지나 화장터로 운구된다.

그러나 이 시신은 10년째 안치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허 의경 부모가 시신을 넘겨받지 않고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는 탓이다.

허 의경이 숨졌을 당시 부모는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경찰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급기야 "아들 죽음에 의혹이 많다"며 장례를 치르지 않았고 병원 측과도 연락을 끊었다.

상황이 이렇자 병원은 '무연고 시신 처리'를 검토하기도 했다. 무연고 시신 처리는 가족이나 친척 등 연고가 없는 사람이 숨졌을 때 지자체가 취하는 방식이다.

지자체는 한 달간 무연고 사망자 공고를 낸 뒤 연락이 없으면 직접 장례를 진행하고 시신을 화장해 무연고 묘지에 보관한다. 문제는 허 의경 부모가 확인된 상황에서 이런 절차를 밟을 경우 법적 다툼이 벌어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병원이 깊은 고민에 빠진 사이 하루 6만원인 안치비용은 어느 새 2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안치실 내 노후화된 냉장고들을 교체하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허 의경 시신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병원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에도 허 의경 부모를 만나 시신을 가져갈 것을 요청했으나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다"며 "부모가 시신을 넘겨받을 의사만 있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안치비용도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의경 시신이 10년째 병원에 있다는 소식에 경찰들의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인천에서 근무했던 의경이 비록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장례만큼은 하루빨리 치러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