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죽음, 미리미리 준비하자

 

평생학습은 일생의 삶을 가꾸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에 걸친 학습의 과정과 활동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위한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다.
경기도에는 평생학습 동아리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인천일보와 경기평생교육사협회는 다양한 평생학습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평생학습을 목표로 뚜렷하고 체계적인 학습 활동을 하고 있는 경기도내 평생학습 동아리들을 연중 소개한다.

▲ 사전의료의향서 상담활동을 하는 좋은3과4연구소 회원들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 <br>​​​​​​​/사진제공=좋은3과4연구소
▲ 사전의료의향서 상담활동을 하는 좋은3과4연구소 회원들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좋은3과4연구소

 

▲ 좋은3과4연구소 회원들이 웰다잉 관련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좋은3과4연구소
▲ 좋은3과4연구소 회원들이 웰다잉 관련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좋은3과4연구소

 

 

'당하는 죽음 아닌 맞이하는 죽음' 위해 지역 노인복지관·대학서 '웰다잉' 강의

존엄사 관련 '사전연명의료사'도 양성


죽음을 미리 예견할 수 있다면 우리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그 누구도 예견할 수 없다. 그러나 '죽음'을 미리 준비할 수는 있다. 인간이라면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웰빙'을 넘어 '웰다잉'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잘 죽는 법'을 연구하는 수원평생학습관 학습동아리 '좋은3과4연구소'를 지난 6일 찾았다.

좋은3과4연구소는 은퇴한 신중년들이 모여 '잘 죽는 법'을 연구하는 학습동아리다. 4년 전, 수원시평생학습관의 시니어 프로그램인 '뭐라도학교 인생수업'을 수료한 이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연구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현재 10명의 회원이 머리를 맞대 지역사회에 건전한 죽음 문화를 보급하기 위한 '웰다잉' 또는 '웰에이징'에 관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웰다잉'은 최근 100세 시대로 들어서면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웰다잉은 곧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하기 위한 활동들을 의미한다.

좋은3과4연구소에서는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을 위한 다양한 연구 활동과 교육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좋은3과4연구소에서 이뤄지는 대표적인 활동은 웰다잉 교육이다. 학습을 통해 웰다잉 준비가 된 동아리 구성원들은 노인복지관이나 노인대학 등으로 진출해 강연을 진행하며 건전한 죽음 문화를 보급하고 있다. 10원짜리 화투를 치는 노년의 삶보다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노년의 삶이 더 가치 있을 거라는 판단 아래 웰다잉 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좋은3과4연구소는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와 관련한 교육을 확대 보급하고 있다. 연구소 중점 활동인 '사전연명의료요양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를 널리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지속하는 것은 행복한 죽음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좋은3과4연구소에서는 '웰다잉 영화제'와 같은 문화 활동도 운영한다. '웰다잉 영화제'에서는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문의: 수원시 평생학습관 031-248-9700

 


 


[내 인생을 바꾼 평생교육]

'웰다잉 문화 전도사' 된 김기유씨

 

▲ 임상병리사 은퇴 후 '웰다잉 문화 전도사' 된 김기유씨.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 임상병리사 은퇴 후 '웰다잉 문화 전도사' 된 김기유씨.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100세 시대, 일할 곳은 없어도 일거리는 있어야죠"

"더는 죽음을 당하지 마세요. 준비하는 삶,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임상병리사로 34년을 근무해오다 지난해 은퇴한 김기유(사진)씨는 올해 60세가 됐다. '인생은 60부터'라지만 막상 60의 나이가 되고 보니 진부한 이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은퇴 후 찾아온 허탈감과 외로움, 60 평생이 헛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돌파구로 삼은 것은 수원시평생학습관이 100세 시대 의미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운영 중인 '뭐라도학교 인생수업'이었다.

"베이비 붐 세대라 말하는 저희들이 은퇴 후 갈 곳은 흔치 않았죠. 막상 취업도 힘들고 그렇다고 창업을 하기엔 역부족이고, 그런 가운데 의지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알아보던 중 '뭐라도학교 인생수업'에서 활동하게 됐고 이후 인생수업에서 만난 분으로부터 '좋은3과4연구소' 학습동아리를 권유받아 가입하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180도 바뀐 삶을 살아가게 됐죠."

김씨는 좋은3과4연구소를 통해 끝인 줄로만 알았던 인생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됐다. 지역사회에 웰다잉 문화 정착을 위한 강연부터 임상병리사로 일하던 경험을 토대로 해외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할 곳은 없어도 일거리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죠. 역할이 끝난 가장으로 남고 싶지는 않았어요. 요즘 하루 일과의 끝엔 좋은3과4연구소에 다녀오거나 강연을 마친 후 사진을 찍어 자녀들에게 인증샷을 보내는 것으로 마감을 합니다. '아빠가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아빠 아직도 건재하다'하면서 말이죠."

임상병리사로 일하던 때보다 더욱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김씨는 '웰다잉' 문화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100세 시대에서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시기는 짧아지게 됐죠. 우리도 뭔가를 할 수 있습니다. 노년이 된 사람에게는 죽음을 당하지 않는 웰다잉 문화를 보급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사회적 지식·경험을 나누는 신중년 세대에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공동기획 인천일보·경기평생교육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