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연동에 바오젠 거리가 있다. 본래는 제주 로데오 거리였다. 2011년 9월 중국 건강용품업체 바오젠그룹 직원 1만2000명이 한꺼번에 제주도를 찾았다. 대규모 인센티브 단체관광 유치의 효시로 꼽힌다. 제주도가 이를 기념해 거리 이름 하나를 바오젠으로 바꾼 것이다. 인센티브 단체관광은 성과를 낸 임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포상이다. 임직원의 충성도를 높이고 실적을 더 키우기 위해서다. MICE산업의 블루오션이다. 호텔로서는 여행 비수기에 대량의 객실을 채워줄 뿐 아니라 행사 및 워크숍 등의 부대수익까지 보태진다. 그래서 '사막의 오아시스'라고도 불린다. 보통 회사가 항공·숙박·행사 비용을 지불한다. 참가 임직원들은 개별 쇼핑비, 교통비, 식음료비, 문화·여가 활동비 등을 부담한다. 그래서 1인당 평균 지출액이 250만원에 이르는 고부가 상품이다. 일반관광객은 180만원 정도다.

▶인센티브 관광은 판매사원들의 실적이 매출로 직결되는 분야에 많다. 생활소비재 판매의 글로벌 네트워킹인 암웨이가 대표적이다. GM이나 글로벌 보험사 AIG도 인센티브 관광시장의 큰 손이다. 최근에는 중국·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 기업들도 인센티브 관광에 가세해 있다. 인천에서도 2016년 중국 아오란 그룹 6000명이 월미도에서 치맥축제를 벌여 화제가 됐다. 당시 치킨 300마리와 맥주 4500캔이 동이 난 이벤트였다. ▶지난 주 인천에서는 중국 선양의 건강식품 제조회사 이융탕(溢涌堂)이 화제였다. 이 업체 5000명의 임직원이 인센티브 관광차 인천을 찾은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限韓令)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인천의 호텔 1120실을 채운 가운데 경제적 파급효과가 160억원이라고 한다. 송도국제도시에는 이융탕 거리도 생겨났다. 부산에서는 한국관광공사가 왜 인천에만 인센티브 관광을 몰아주냐는 불만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한·중간 관계를 생각하면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 지난달 한·중정상회담 직후 중국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왜곡해 보도했다. 이를 바로잡아 달라는 요청에도 반응이 없다.

2017년엔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수행한 한국 기자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요즘 중국을 접촉하는 외교관들이 피로감을 호소한다고 한다. 한국쯤은 아예 속국 정도로 대하는 듯 해서다. 우리네 임금을 '폐하'라 부르지도 못하게 했던 조공(朝貢)과 사대(事大)의 어두운 기억이 살아나는 요즘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한한령이 뭔가. 한국을 아예 가둬두겠다는 정책이다. 인센티브 관광을 중국의 '시혜'로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기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