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만족도 따라 투표로 심판 가능
체육회장 도전자, 현장 눈치 살펴야
"일선체육인 영향력 커질 것" 기대감
강인덕 회장 조직개편 방향에 관심
"앞으로 체육계 수장을 우리 체육인들이 표로 심판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게 핵심이죠. 만족하면 다시 표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긴거죠."

"지금까지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의 눈치만 살필 수밖에 없었던 현장의 많은 체육인들이 이젠 체육행정 전반에 걸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학생시절부터 지도자까지 20년 이상 몸담았지만 이렇게 많은 체육 관련 공약이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 손으로 체육회장을 뽑을 수 있으니 가능한 것이겠죠."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열리면서 인천시체육회에 큰 변화가 몰아칠 전망이다.

변화의 핵심은 '현장으로부터의 심판'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체육회와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가깝던 현장 체육인들은 이제 '유권자'로서 진정한 체육계 주인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갈림길에 섰다.

물론, 선거인단 규모가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제 현장 체육인들은 인천시체육회가 펼친 체육행정의 만족도(평가)에 따라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체육회장 선거 때 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인천시체육회가 일선 지도자 및 선수, 회원종목단체 등 체육인들에게 만족도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결국 체육회장이 나중에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체육회장은 체육회 직원들이 현장의 체육인들에게 어떤 자세로 체육행정을 펼치는지, 그리고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유심히 살필 수밖에 없다.

체육회 직원들은 이전까지 '을'이었던 현장의 체육인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재선을 염두에 둔 회장으로부터 훨씬 더 큰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지방공무원 조직이 지방자치제도 도입과 함께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가 찾아오자 과거보다 친절해지면서 더 높은 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선거를 통해 뽑히는 구청장이나 시장·도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시민들에게 공무원 조직이 친절하면서도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를 펼치도록 근본적으로 독려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제도 이전에는 구청장이나 시장·도지사가 중앙정부에 의해 임명되었기 때문에 시민의 눈치를 살펴야 할 이유가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민들에게 좋은 평판을 들어야 재선·3선, 나아가 더 큰 정치적 앞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체육회장과 체육회, 현장 체육인들의 관계도 이런 방향으로 다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체육회장과 체육회가, 유권자이자 체육계의 주인인 현장 체육인들의 눈치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번 첫 민간 체육회장 선거에서도 이런 신호와 흐름이 어느 정도 존재했다는 게 선거판에 관여했고, 이를 지켜봤던 체육인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애초 누가 봐도 열세에 놓여있던 강인덕 후보가 이변을 만들어 낸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체육인들이 1년 가까이 현 곽희상 사무처장 체제의 인천시체육회를 지켜보면서 실망한 상태였고, 이런 현장의 평가가 곽 사무처장과 가까운 관계인 이규생 후보 낙선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다.

실제 이규생 후보 캠프 내에서도 투표일이 임박해 이런 흐름을 읽은 한 측근이 "'이규생 후보가 뽑히더라도 곽희상 사무처장은 체육회를 그만둔다'는 확약을 받아 선거인단에게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체육인은 "곽희상 사무처장 체제의 체육회에 불만을 가진 체육인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부터 확실히 눈치채고 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패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실무 체육행정을 펼치는 체육회가 현장 체육인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체육회장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분위기 속에 16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강인덕 회장이 공언한 '2월 민간 체육회장 시대에 걸맞은 조직 체계 개편'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 지 체육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