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성남시장 당시에도 그는 SNS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그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선거에서도 그의 SNS는 충성도 높은 팬심을 끌어모았다.

성남시장 재직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했던 것처럼 특유의 '이재명 사이다' 발언은 그를 대선후보 반열에 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SNS는 우리 사회의 족보 없는 비주류 정치인 이재명을 스타정치인으로 키웠다. SNS가 없었다면 그는 그냥 평범한 정치인으로 남아있을 지 모른다.

e-Politics. 인터넷에 의한 정치라는 말로 네티즌들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곳이다. 현대 정치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한 정치매개체이다. 16대 총선에서 시작된 인터넷 정치는 아날로그 정치시장의 지형을 바꿨다. 당시 인터넷에 의한 e-메일, 또는 게시판의 등장으로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그들의 행동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장치들이 늘어났다. 인터넷정치는 이제 SNS정치, 그리고 유튜브정치로 진화하고 있다.

2019년 정치권이 가장 격렬하게 맞붙은 '조국'과 '검찰개혁'은 그 자체가 SNS 전쟁이었다. 트위터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최다 언급된 사회분야 키워드로 검찰개혁, 정치·인물 분야 1위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각각 꼽았다. SNS가 광장을 만들어 내고 정치권이 여기에 반응해 대결 구도를 벌이는 모양새였다.

최근 들어 유튜브가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중적인 미디어로 떠오르면서 21대 총선 예비후보들의 유튜브 활용 선거운동이 일반화된 추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0~20대는 물론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유튜브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유튜브 채널의 핵심 이용층인 18세부터 선거권을 갖는 투표연령 조정으로 후보들의 유튜브 선거운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열기를 띨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지역 예비후보자들이 개설한 대부분의 채널들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구독자 100명 남짓 수준에 머물고 있는 채널이 대다수다. 이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정치 초년생들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유튜브정치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점점 선거에서 대중집회, 확성기 사용도 까다로워지면서 유튜브는 대중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살아있는 매개체로 작동할 것이다.

디지털 사회는 정치를 이렇게 바꾸고 있다. 차량에 확성기를 매달고 돌아다니는 선거는 사라지고, 정치인들의 주장은 SNS를 통해 유권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유권자는 SNS를 통해 정치인을 감시하고 소통한다. 이 때문인지 아날로그 정치의 그리움을 표현하는 후보자들도 있다. 최근 예비선거전에 나선 후보자들은 "지하철 입구 등 거리에서 아침인사를 하면 전에는 손을 잡아주는 시민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냥 지나가는 분들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후보자 공약이나 의정보고서, 명함 등 종이를 통해 알리는 후보자 정보는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일쑤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릴 방안 찾기에 분주하다.

선거방식이나 정치 행위 방식이 디지털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정치 행태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다. 국민의 욕구가 SNS를 통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도 정치는 딴데 정신 팔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가 그랬다.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2만3691건(1월6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날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7381건으로 처리율이 31.1%에 그쳤다. 계류 법안은 1만6310건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접수된 법안 1만7822건 중 8013건이 처리됐다. 처리율은 44.9%다. 20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 일컫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 요구가 담긴 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이유는 정치방식만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치를 잇는 국민네트워크는 무시된 의원네트워크가 국회를 움직이니 민의 정치 실종은 불보듯 뻔한 것 아닌가. 21대 총선에서는 18세 청소년도 유권자다. 18세 유권자에게도 20대 국회처럼 동식물 국회를 보여줄 것인지 후보자들에게 묻는다.

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