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박옥분]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
▲ 지난해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옥분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은 혐오의 출발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차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누구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인권 의식과 '평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차이 이해 못한 차별서 '혐오' 시작
성평등 조례 대표발의 … 악플 세례받아
양성평등 아닌 성평등 단어 문제삼지만
신체조건 등 고려한 정책 추진 목적
일·가정 양립 - 성폭력 방지 도움 확신




언제부턴가 상대방을 비하하는 일명 '혐오 표현'이 우리 사회에서 흔한 일이 됐다. 정확히는 우리 사회가 '혐오 표현'에 갇혀버렸다.

차별적인 현실과 사회적 배제 속에서 '혐오 표현'에 대항하기보다는 침묵과 수용을 택한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아이를 가진 엄마들의 몰상식함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맘충'이 일상언어가 되면서 이들은 공공장소에 아이와 함께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모임 장소를 정할 때 카페와 식당이 아닌 집으로 바꿨다.

'혐오 표현'은 특정 대상에 대한 우리 내부의 편견과 혐오를 밖으로 드러낸 결과다. 2010년대 초반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등에 대한 적대적 감정, 비방, 폄훼 등을 담은 언어 형태로 사용됐다.

이러한 '혐오 표현'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확대·재생산되면서 차별과 적대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게 이상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특히 '혐오 표현'이 차별을 조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물리적 폭력, '혐오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박옥분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은 '혐오'의 시대에서 나도 언젠가 '혐오 표현'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 모든 개인과 집단이 존중받는, 차별 없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혐오의 출발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차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누구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인권 의식과 '평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제 우리는 혐오 시대를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어요. 우리 모두가 '혐오 표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또 다른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기 전에 의식적으로 소수자에 대한 편견, 적대적 감정, 증오 등을 존중과 이해로 바꾸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가장 좋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혐오 표현' 규제 방안을 마련하거나 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 등 사회적 차원에서의 장치가 필요해요."

그는 지역사회에서 여성운동을 해왔다. 부모의 성을 같이 쓰는 양성 쓰기 운동에도 참여해 한동안 '박이옥분'으로도 불렸다. 도의원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여성 인권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개정을 이끌어 냈다.

이 조례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공공기관 및 기업 등이 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노력하고, 설치 기관 및 기업 등에 도가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기도성평등기금의 존속기한을 명시해 실질적 성평등 실현기반을 확산해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종교단체는 이 조례안이 성소수자를 옹호하려는 것 아니냐며 반대했다.

반대측은 조례안을 발의한 그에게 '너 주사파지' '선거 때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의 협박과 욕설 문자 수백 건을 보내기도 했다.

"솔직히 지역 정치인으로서 반발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에요. 문자 폭탄이 오고 살고 있는 곳까지 노출되는 상황에서, (개정안 통과를) 보류해야 하나 고민도 해 봤죠. 무엇보다 당직자로 시작한 내가 당에 누가 될까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욕심내지 않고, 소신을 굽히지 않고 내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어요. 그리고 반대측을 수 차례 만나서 설명도 하고 소통하려고 했지만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낀 영향도 있어요. 욕심을 내려놓으니 제가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졌어요."


또 그는 성평등 조례안이 1995년 '경기도 여성 발전 기본 조례안'을 2009년 김문수 지사 때 '성평등'으로 개정한 것인데 "왜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문제를 제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10번이 넘도록 개정된 까닭은 평등에 대한 사회 공감대 범위가 넓혀지는 등 사회 변화에 발맞춰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계속 내용을 수정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성평등'이란 용어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동일하게 고정시키는 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신체조건 등을 고려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했어요. 평등이란 개념이 저마다 다르게 볼 수 있지만 저는 물리적으로 똑같이 나눈다고 보지 않아요. 성경을 보면 토지주가 1시간 일한 노동자와 하루종일 일한 노동자에게 임금을 똑같이 줬다는 내용이 있어요. 물리적으로 보면 1시간 일한 사람은 1시간 임금을, 하루종일 일한 사람은 그 만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토지주가 맞다고 생각해요. 1시간 일한 사람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날 몸이 안좋을 수도 있고, 장애인일 수도 있죠. 즉 그 배경을 바라보고, 차이를 인정한거죠. 최소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기본조건이 필요하다고 보는거에요. 이는 곧 보편적복지와 맥락이 같다고 생각해요. 이 조례도 의도와 무관하게 논란을 겪었지만 본 취지대로 일·가정양립, 성폭력 문제해결 등에 기여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기독교가 모태신앙인 그는 기독교 정신을 저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기독교 정신은 영혼 구원, 박애 정신, 회개 정신, 가정 구원, 자유와 평등 의식 등이다. 이를 실현하는 게 신앙인으로서의 목표다.

"신앙인이라면 사회적 약자에 무관심해서는 안 되며 소수자의 인권 보호와 부당한 차별을 철폐하는 사회적 움직임에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이 내용은 한국천주교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2014년 인권주일 담화를 통해 밝힌 거죠. 아마 기독교인이라면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는 구절을 알거에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알고 있을거에요. 기독교 정신은 차이를 인정하지만 차별은 인정하지 않아요."

아직도 성평등 조례에 대한 잡음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는 기독교 정신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인권'은 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세우는 척도라고 믿기에 끊임없이 사회를 바꿔나가기로 앞장서기로 했다. '사회는 진일보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여전히 굳건하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논란의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경과는

 

박옥분 대표발의 법안 도의회 통과
기독교 반대 … 개정 여론에도 유지

 

박옥분 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은 '실질적 성평등 실현 기반 마련'을 위해 '성평등 기본조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지난해 7월 도의회를 통과했다.

이 조례는 성평등을 '성별에 따른 차별·편견·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서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 성평등 확산을 위해 도 산하 공공기관 및 민간기관 등이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도가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교단은 조례가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해 제3의 성과 동성애를 인정한다는 이유와 이 같은 성평등을 인정하는 성평등위원회를 종교시설에도 설치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즉각 조례개정에 반발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 성평등 기본조례 대응대책단'은 2차례 자체회의와 보수교단과의 1차례 간담회, 7차례 협상단 회의를 거쳤다.

대책단이 내놓은 '성평등 기본조례' 재개정안은 성별 정의에 '생물학적'이란 단어를 추가하고 도가 성평등위원회 설치·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대상에서 종교단체 및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법인 등을 제외했다.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보수교단의 반발을 일부 반영해 5개월 만에 조례 재개정을 추진했으나 다수 의원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 조례는 유지됐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