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역사행정은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연초부터 오류투성이 '인천 역사달력'이 지역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2019년 인천 역사달력은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인천문화재단 내 역사문화센터가 나름 의욕적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 교육용으로 제작된 달력 곳곳에서 오류가 발견되고, 역사의식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 뒤섞여 있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역사학계는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발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역사문화센터는 이를 무시한 채 역사달력 1500부를 인천시내 학교에 배포했다.

결국 두 달여 뒤인 지난해 4월 인천시는 사과문 발표와 함께 자체 감사와 관련자 문책을 약속했다. 학교에 배포했던 역사달력은 전량 회수해 폐기해야했다. 당시 인천시는 "인천역사와 관련된 간행물을 제작할 때 '시사편찬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자문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역사달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사편찬위원회를 행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조직인 '시사편찬원'으로 확대 재편하자는 논의도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인천시의 행보는 예상과 달리 움직였다. 4월에 발표된 시의 자체감사 계획이 9월로 미뤄지더니,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더욱 이해 못할 일은 며칠 전 불거진 인천시의 '시사편찬위원회' 이전계획이다.

지금까지 시사편찬위원회는 자유공원에 있던 옛 시장관사를 '역사자료관'으로 꾸며, 이곳에서 전문위원들이 상주하며 연구와 발간업무를 진행해왔다. 역사자료관에는 1만5000여 권의 역사 관련 자료가 보관되어 있고 열람실, 세미나실이 갖춰져 있어 인천향토사 강좌, 전시회, 연구모임이 열리는 '역사 사랑(舍廊)' 역할을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시사편찬위원회 사무실을 시청 본청으로 옮기고, 도서와 자료들은 따로 떼어 미추홀도서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자료실, 열람실, 세미나실은 어디에 마련할 것인지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시사편찬원'으로 확대 재편은커녕 오히려 해체 수준으로 분리·축소시켜 놓은 모양새다. 이에 대한 인천시 관계자의 발언은 더 기가 막히다. 역사자료관에서 진행되던 '향토사 강좌'를, '역사행정의 오점과 예산낭비'를 초래해 부서 책임자가 징계를 받은 역사문화센터와 협업으로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퇴행적 행태로 인해 "거꾸로 가도 너무 심하게 뒷걸음질 치는 것 아니냐"는 시민사회와 역사 전문가들의 항의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들의 역사의식이 언제쯤 바로 잡힐 수 있을지 난망하다.

정찬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