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주지역내 직장 소재비율
서울 84%·경기 74% … 인천은 69%
하루평균 서울 출근 23만6501명 반해
인천 유입 8만5159명 그쳐 격차 심각
유출초과 16만4000명으로 광역시 최고
출퇴근 소요시간만 82분에 달해 불편


2019년 마지막 금요일이던 지난달 27일, 오전 7시30분. 7호선 '부평구청역' 서울 방향 플랫폼에 열차를 기다리는 긴 줄이 섰다.

승객을 태우는 첫 번째 역인데도, 출근 시간대엔 자리 맡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붐빈다.

7호선은 부평구청역에서 시작해 경기 의정부 장암역까지 이어진다.

마침 반대편 도착한 열차에서 내리는 승객은 다 합쳐도 20명이 채 안 돼 보였다.

7호선에서 인천지역 역은 모두 3곳. 삼산체육관역이나 굴포천역은 그렇다 쳐도 인천 1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부평구청역이 지닌 환승역 지위치고는 출근 시간대 승객 빈부격차가 뚜렷하다.

가산디지털단지부터 강남·서초구 등 취업 기회가 높은 서울 도심지역으로 향하는 거대한 빨대 역할을 하는 7호선에서 맨 처음 고달픈 건 언제나 인천 시민들이다.


▲서울, 경기에 퍼주는 인천 인력

일자리 양과 질로 대결을 벌이는 수도권 내 인력 경쟁. 그 패권을 놓고 서울과 경기가 치고받는 동안 인천은 이에 휘둘리는 모양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내 직장이 있는 비율이 서울, 경기 각각 84%, 74%일 때, 인천은 69%에 불과하다.

3개 수도권 지역 가운데 인천은 타지역 인력 유출이 가장 활발한 도시라는 의미다.

한국교통연구원 도움을 받아 '수도권 목적별 통행분포' 자료를 확인한 결과다.

인천과 서울, 경기 3곳 기종점 통행량 중 '출근', '등교'부터 '외식', '친지방문'까지 총 12종류 목적별로 지역 간 이동 현황을 집계한 내용이다.

확정 발표된 최신 자료는 2017년 기준으로 2018년 통계는 오는 2월쯤 완성될 예정이다.

2017년 인천지역 1일 평균 출근 이동은 147만1395건이다.

해당 연도 기준으로 인천 취업자가 153만3000명이니까 얼추 맞아떨어지는 이동 규모다.

출근 147만1395건에서 인천 내 이동 숫자는 102만1715건이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100명 중 69명만 거주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경우 전체 출근 이동 520만5412건에서 84.4%에 이르는 439만2754건이, 경기는 전체 634만855건에서 74.3% 정도인 471만4386건이 각각 자기 지역 내에서 소화되고 있다.


▲서울로 23만여명 가고, 서울에선 8만여명 온다

날씨 좋은 날이면 저 멀리 북한산까지 보이는 인천 계양구에선 서울과 경기 인접성 때문에 해당 지역 직장인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경기로 출·퇴근하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서울 입장에선 다른 동네에서 책임져주는 거대한 '베드타운'인 셈이다.

2017년 계양구 일평균 출근 이동 16만1650건에서 서울로 향한 인구만 22.5%에 달하는 3만6412건이다.

반대로 서울 시민들이 계양구로 출근한 이동 건수는 5077건이다.

계양구와 서울 간 거리는 양쪽 동등한 숫자여도 7호선 부평구청 플랫폼 빈부격차처럼 인력 유출·입 온도 차는 '하늘과 땅'이다.

계양구 출근 이동에서 19.1%인 3만833건은 그마저도 경기로 간다.

경기에서 계양구로 넘어오는 출근 이동은 9882건으로 서울과 마찬가지로 1만건에 미치지도 못한다.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연수구를 제외하면 인천 8개 구 모두 전체 출근 이동에서 서울로 이동 비율이 10%를 넘는다.

특히 계양구처럼 서울 접근성이 좋은 부평 역시 서울 출근 비중이 20.4%에 이른다.

인천 일평균 출근 이동 147만1395건 중 23만6501건인 16%는 서울로 향하는 몫이다.

이에 더해 20만3342건(13.8%)은 경기로 간다.

인천이 서울, 경기로 매일 아침 43만9843명 인력을 보내는 대신, 유입되는 수도권 회사원은 서울 8만5159명, 경기 15만8388명 합쳐 총 24만3547명이다.

인천 입장에선 20만명 정도 밑지는 장사다.

인천의 이런 인력 유출 현상은 예전부터 전국에서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지난 2014년 통계청이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및 표본자료(1990~2010년)를 토대로 조사한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활용한 도시 간 통근유형 분석'에 따르면 6대 광역시와 주변 시·군 간 통근흐름에서 인천은 유출초과(유입인구-유출인구) 숫자가 일평균 16만4000명으로 광역시에서 제일 높다.

이어 부산(13만7000명), 대구(11만7000명), 광주(7만3000명), 대전(6만명) 순이다.


▲인천에서 일하면 아침 44분 더 잔다

지난 5월 통계청은 SK텔레콤과 함께 수도권 시민들이 출·퇴근을 위해 길에서 보내는 시간을 조사했다.

두 기관은 2017년 11월을 기준으로 SK텔레콤 이용자 가운데 야간 상주지가 수도권인 만 25~55세 노동자 89만명을 대상 삼아 출·퇴근 소요 시간과 이동 현황을 조사했다.

출근 소요 시간과 퇴근 소요 시간을 더한 뒤 반으로 나눈 출·퇴근 소요 시간은 서울 거주자가 53분으로 가장 길었다.

인천 거주자는 48분, 경기 거주자는 47분으로 조사됐다.

겉으로는 수도권에서 서울 시민들이 출·퇴근 대란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들로 보이지만 지역 간 세부 자료로 따지면 얘기가 좀 다르다.

인천 출·퇴근 시간이 서울보다 짧은 건, 인천 내 직장인 출·퇴근 시간이 38분에 그치면서 평균 시간을 낮췄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은 지역 내 출·퇴근 시간이 51분에 이른다.

문제는 인천 거주자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간이 82분에 달해 '인천-서울-경기' 간 출·퇴근 이동 중 가장 길다는 점이다.

경기 거주자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간은 인천보다 11분 짧은 71분이다.

이와 달리 서울에서 인천으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 소요 시간은 71분에 그쳤다. 인천에 사는 서울 직장인들이 많다 보니, 똑같은 '인천-서울' 거리더라도 출근길엔 서울로 접근이, 퇴근길엔 인천으로 접근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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