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교체~여행·잔치 … 동네 홀몸노인 부모처럼 모셔
봉사 넘어 마을환경 관심 도시재생사업 공모 선정도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하루하루 다르게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기력이 없어져 외출도 못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4년째 광주시 경안동 4통장을 맡고 있는 윤용해(49·사진)씨는 동네 홀몸노인들의 손과 발로 불린다. 홀몸노인에게서 연락이 오면 무조건 찾아가 전구교체작업, 하수구 뚫기, 집안 못질, 지붕 고치기 등 다 해결해 준다.

그렇다고 윤 통장이 시간이 남아서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윤 통장은 인근 역동에서 고향마을 정육점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하루 24시간도 부족한 가운데 시간을 쪼개 봉사를 하는 것이다. 또 사비를 들여 홀몸노인들의 식사대접, 지역내 여행, 경로잔치 등 어르신들을 위한 일이라면 무조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윤 통장은 어르신을 위한 봉사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이 강원도 태백인 윤 통장은 1995년 광주시로 이사를 왔다. 자영업을 꿈꿨던 윤 통장은 2002년 젊은 시절 경험을 살려 정육점을 개업했다. 정신없이 사업을 하던 중이던 2008년, 시가 개발되면서 중심 지역이었던 구도심인 경안동이 슬럼화되면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을 목격했다. 특히 홀몸노인들을 주변에서 돌봐주지 않아 혼자서 집안에 달력 하나 걸 수도 없는 어려움을 본 윤 통장은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못 지나갔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만 기분이 밝아지는 성격이라서 …."

윤 통장은 봉사하기 위해 새마을 지도자회에 가입해 홀몸노인들을 위해 사소한 것부터 실천했다.

처음엔 사소한 집안의 못질, 비가 새는 지붕 고쳐주기, 전구 갈아주기, 식사대접 등 어르신들이 원하면 닥치는 대로 했다. 그러다 시와 BC카드, 새마을 부녀회가 홀몸노인들의 조식을 배달하는 빨간밥차와 어르신의 집 고쳐주는 봉사단체들이 생기게 되자, 윤 통장은 홀몸노인들을 위한 다른 봉사를 찾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4년 전 윤 통장은 마을 통장을 맡기로 했다. 또 통장 업무를 하면서 이들을 위한 행정을 겸비하게 됐다.

"홀몸노인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봉사에만 그치지 말고 마을 리모델링 등 도심 환경이 좋아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통장은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해 2016년 100여명으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를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에 공모했다. 결국 2017년 행복마을 만들기 최우수 마을로 선정돼 15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 쾌거를 이뤘다. 그래서 올해부터 마을 환경개선은 물론 만두사업 등 마을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다.

"처음엔 부정적이었던 주민들이 이제는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앞으로 진짜 어려운 이웃들이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봉사에서 살기 좋은 마을 사업까지 이어지는 10여년간 윤 통장의 행보에서 도심 슬럼화의 해결 방안도 기대된다.

/글·사진 광주=김창우 기자 kc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