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누군가와 함께 가라."-아프리카 코사족 속담.

공존이나 상생을 떠올릴 때 종종 하는 말이다. 무엇이든 홀로 추진하기보단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혼자라서 위험하고 외로운 일도 같이 가다 보면, 좀더 안전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혼자 하면 더 편하고 빠르며 효율적으로 헤쳐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고 힘든 상황을 만나고야 만다. 그래서 좀 늦더라도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다 보면,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을 키울 수 있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같은 쪽을 바라보고 오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징적인 성향을 꼽으라면, '빨리 빨리'를 들 수 있겠다. 여기엔 이민족 침략에 자주 시달려 왔던 우리에게 빨리 피란을 떠나야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게 크게 작용을 했다고 일부 역사가는 말한다. 즉, 서두르지 않으면 죽음과 삶을 가를 수 있다는 데서 나왔다는 얘기다. 세월이 흘러 이런 인식이 내재화하면서 무엇이든 재빠르게 해야 마음을 놓게 된다는 뜻일 게다. 급하게 서둘러야 일정 부분 목적을 달성했다고 여기는 습관은 무섭다.

물론 그런 '빨리 빨리' 습성은 우리를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한몫을 했다. 반면 그에 못지않게 그늘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심한 빈부격차로 못사는 국민들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망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이런 양극화는 앞의 속담에 비춰보면, 같이 걸어오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들게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양극화는 늘 문제로 떠올랐지만, 우리에겐 좀 지나치지 않냐는 데서 심각성을 느낀다. 이젠 양극화 폐해와 해소에 대해 진지하고 다각적으로 논의할 시기다.

인천시와 경기도도 새해엔 격언을 더욱 새겼으면 싶다. 기관 홀로 성장하기보단 낮은 자세를 갖고, 시·도민과 더불어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이래야 지금 온 나라와 자치단체마다 발등에 떨어진, 오그라든 경제도 활성화하고 함께 지낼 수 있지 않겠는가. 시와 도가 소통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시·도민을 '주인'으로 삼는 노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렇게 힘을 쏟을 때 결국 더 나은 효과와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본다. 만날 입으로 하는 홍보성 치적에 연연하다간 본디 취지와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말 모든 시·도민을 헤아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길 고대한다. '나눔으로 행복한' 자치단체로 떠오르길 바란다.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정책이 아쉽고 그립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