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에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과제들을 떠안은 채 올해는 좀 더 슬기롭기를 다짐하는 출발선에 다시 섰다. 공명지조(共命之鳥),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치유와 건설을 동시에 모색해야 하는 시기다. 분열하고 무능하고 혼란했던 가운데서도 착실하게, 묵묵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지방자치, 지역과 학교 등 작은 단위에서 쑥쑥 자라나는 민주주의는 올해도 우리가 기댈 수 있는 확실한 언덕이다.

평화, 공정, 복지 3대 핵심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경기도정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으로 확대되고, 한편으론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일천하기 짝이 없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제도적 기반, 취약한 토양 위에서도 평화를 도정의 핵심가치로 세우고, 남북 교착상태에서조차 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부지역 지자체들은 물론 대부분의 남부지역 지자체들도 착실하게 한반도의 평화적 흐름과 기반을 쌓아가는 일에 뜻과 행동을 같이 했다.

공정은 민선 7기 경기도정의 중심가치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민생질서를 교란하는 시장과 계곡, 환경사범과 불법공중위생업소, 사회복지 현장에는 언제나 경기도사법경찰단을 과감하게 투입했다. 병원 수술실에서 CCTV가 가동되고, 긴급을 요하는 닥터헬기는 각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 부지에 언제든 뜨고 내릴 수 있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건설원가공개제가 경기도시공사를 통해 대폭 확대 실시됐다. 공정한 경기도의 기반이 하나 하나씩 착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보편적 복지 지향성이 더욱 확대되고 강화됐다. 청년기본소득제가 새롭게 선을 보였다. 산후조리비와 무상교복 등도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실시한 인기 있는 복지정책에 속한다.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의 기저를 확립하고 상식적 기반을 넓히기 위한 경기도의회의 노력이 올해도 계속되길 바란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소수자들을 위협하는 차별과 싸워나가는 도의원들의 용기 있는 모습들을 더 자주 보고 싶다. 도의회가 제정한 일명 '성평등조례'는 보수 기독교도들의 극렬한 반발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번듯하게 자리를 잡았다. 기초의회의 변화된 모습들도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반복된 시행착오와 조롱 속에서도 지방자치는 이렇듯 경기도에서 몸집을 불리고 역량을 한껏 키워왔다. 국가가 온통 분열로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도내 지방정부는 협치를, 성장한 역량을 보란듯이 대내외에 과시했다. 수원시와 화성시는 지난해 수차례 협상을 통해 어렵기로 소문난 행정구역조정에 성공했다. 수원과 용인, 이보다 앞선 2013년엔 수원과 의왕도 해냈다. 화장시설이 없는 도내 7개 지방정부가 함께 예산을 투입해 마련한 함백산 메모리얼파크도 순항 중이다. 수원에서는 또 민간영역에서 발생한 갈등을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수원배심원제다. 시가 마련한 모의법정에서 20여 명의 시민배심원이 현안을 놓고 무한토론을 통해 판결을 내리는 제도다. 시는 이를 통해 광교역사명칭 변경 등 여러 건의 첨예한 갈등을 원활하게 풀어나갔고, 시민들은 판결에 승복했다. 비슷한 사례로 경기도 갈등조정관제의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송파와 하남 사이에서 교통, 주거, 통학문제 갈등이 일었던 위례신도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두천, 양주에서는 축사 악취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해결했다.

경기도교육청이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꿈의 학교는 다소 산만하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더할수록 본래 취지를 잘 살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교육을 공교육 영역으로 품어안는 동시에 공교육의 영역을 마을과 공동체로 넓혀가며 착근해 가는 모습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학교민주주의도 매년 좋은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교명을 짓고, 스스로 교가를 만들어내는 등의 사례는 매우 놀라운 변화다. 사회의 미래는 교육에 있고, 교육의 미래는 상상력의 크기에 달려 있다. 경직된 사고와 익숙한 방식에 균열을 내가는 도교육청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다.

성과 있는 정책은 확대되고, 부족했던 부분은 보완된다.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경기도와 각 지자체들의 긴급복지 지원이 확대된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단기적인 성과를 논하기에 앞서 도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분야다. 지난해 출범한 체납관리단을 더 확대해 조세정의 실현에 한 발 더 다가선다. 도외시됐던 노동정책도 올해는 도정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재명 지사는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는 게 지방정부에서 할 일'이라고 천명했다. 사법경찰단은 '인권보호 수사지침'을 마련해 그간의 활동을 보완한다.

작은 단위에서, 작은 일을 위대한 마음으로 실천해 가는 지방정부와 성장한 시민들의 역량을 발판으로 올 한해도 멋지게 돌파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