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지만 세밑이 불안했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한 2020년 새해가 열렸다.

미국은 북한이 바라던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았고, 북미 핵협상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상태 또한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있다.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와 남북 군사합의 위반 논란을 낳은 창린도 해안포 발사로 한미를 압박했다. 그리고 동창리에서 실시한 ICBM 1, 2단계 엔진 시험으로 새로운 길의 방향을 암시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는 북미관계에 남북관계를 종속시킨 우리 정부의 책임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F35A 전투기와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의 도입으로 남북관계는 불난 곳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되어버렸다. 북한에게 우리 정부의 미 전략무기 도입은 자신들을 겨냥한 한미안보동맹의 강화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대화 제의에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결정했다. 지난 12월28일부터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는 이를 당과 국가의 공식방침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다.

만일 북한이 이 회의에서 더 이상 비핵화가 북미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선언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이다. 여기에 인공위성이나 ICBM을 쏘아 올린다면 상황은 최악을 맞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언급할 수도 있다. 미국의 예방적 선제타격 검토에 우리 정부의 전쟁불가 선언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면서도 한국패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한 여러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내용은 2020년 김정은의 신년사에 담겨 발표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큰 방향은 분명하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헤쳐 나갈 방안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중·러와의 밀착을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체재 안전을 위해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함께 핵과 ICBM의 대량 양산을 선언할 수도 있다. 또 우주공간에 대한 평화적 이용의 권리를 주장하며 인공위성 발사 등이 자주국가의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한반도 상황은 '화염과 분노' 그리고 '핵단추'가 언급되었던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결단코 막아야 될 상황이다. 이를 위해 우선 미국에 의존적인 대북정책의 독자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무관한 민족 내부의 교류와 협력사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그 첫 번째로 금강산과 개성에 대한 개별관광을 우선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또 중·러가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여론 조성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대북강경 발언에 맞서 전쟁불가라는 평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 평화는 번영으로 이어지지만 대결은 죽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장금석 인천시 남북교류협력특별보좌관